▲ 미국 엑손모빌이 투자자단체 소송 사태는 '그린허싱' 사례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엑손모빌 주유소.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 문제와 관련해 언급을 피하거나 이와 관련한 외부 소통을 줄이는 ‘그린허싱(greenhushing)’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거대 정유사 엑손모빌이 최근 주주제안과 관련해 투자자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그린허싱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23일 “그린허싱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며 “기후문제 대응에 적극적인 기업들마저 점차 목소리를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린허싱'은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경시하거나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친환경 또는 기후대응 문제 해결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해 소비자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배런스는 조사기관 사우스폴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그린허싱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성 담당 임원 1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사우스폴 설문조사에서 약 70%의 응답자는 소속된 회사에 그린허싱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기후문제 대응과 관련한 규제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관련당국의 조사도 강화되며 기업들이 목표를 충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과반수의 응답자는 이러한 상황이 결국 기업에서 친환경 및 기후 대응과 관련한 소통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재생에너지 또는 재활용과 관련된 업종의 친환경 기업에서도 약 88%의 응답자가 외부 소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조사 결과도 이어졌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기업 담당자의 약 72%도 기후 대응과 관련한 내용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배런스는 이러한 그린허싱 사례가 엑손모빌의 투자자 소송 사태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엑손모빌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21일 투자자들이 친환경 정책 관련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이유로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팔로우디스와 아르주나캐피털 등 투자자단체가 주주제안을 통해 친환경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방법과 시기를 구체화해 제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배런스는 주주총회에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지지하는 의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을 엑손모빌 이사회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투자자단체의 주주제안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문제가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하는 일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도 볼 수 있다.
엑손모빌 측은 배런스를 통해 “투자자단체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주주제안을 쏟아내고 있다”며 “법원에서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맞춰 이러한 남용 사례를 막아달라는 요청을 낸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