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네덜란드 중국 대사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규제조치에 대응해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재차 시사했다. ASML의 반도체 장비 홍보용 이미지. < ASML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미국의 반도체산업 규제 강화에 대응해 무역보복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내놓으며 사실상의 경고장을 보냈다.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에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대중국 수출 제한을 요구한 것이 중국을 자극한 결정적 계기로 분석된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주재하는 탄지안 중국대사는 현지언론 NRC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태도에 중국은 당연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들어 지나친 수준의 규제조치를 적용하면서 주요 동맹국까지 이에 동참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네덜란드 정부에 ASML의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중단 시점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한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ASML이 제조하는 EUV와 DUV 등 장비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EUV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수로 쓰이는 첨단 장비다.
미국은 이미 ASML이 중국에 EUV 장비를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었는데 최근 다수의 DUV 장비도 제재 대상에 포함한 데 이어 물량 공급 중단 시점도 예정보다 앞당기도록 요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은 결국 중국에 공급이 이미 예정되어 있던 물량도 정부 규제에 따라 즉각 수출을 멈췄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현재까지 점진적으로 반도체산업과 관련된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마이크론이 중국 일부 고객사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도록 하고 희토류 등 소재를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등 무역보복 조치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이미 관영매체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의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면 중국도 더 적극적인 태도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 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탄지안 대사의 발언을 통해 중국 정부가 ASML 반도체장비를 대상으로 한 규제에 대응해 더 강력한 무역보복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셈이다.
중국과 유럽 국가들이 미중 갈등에 휘말려야 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 정부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그는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중국과 네덜란드 정부 사이의 소통이 개선되어야 한다”며 “유럽은 중국을 경제적 파트너이자 경쟁사로 보고 있어 외교 정책에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