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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메이저에 기후행동 강화하는 대형 기관투자자, 한국 정유사는 괜찮을까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1-16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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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제적 '큰손' 즉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정유 대기업들을 향한 기후행동을 강화하고 있다.

보유자산만 수천조 원이 넘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정유메이저들이 세운 온실가스 배출 집계 범위와 감축 목표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미흡하다고 주장하며 더 강력한 친환경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석유메이저에 기후행동 강화하는 대형 기관투자자, 한국 정유사는 괜찮을까
▲ 영국 런던 이스트엔드에 위치한 쉘 주유소에 붙은 로고. <연합뉴스>

이런 흐름으로 볼때 한국 정유사들 역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한 후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난 상황이라 국내외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글로벌 정유사 ‘쉘’에 기후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쉘 지분 약 5%를 보유한 자산운용사와 기금 27곳으로, 이들의 자산을 모두 합치면 약 4조 달러(약 5321조 원)에 달한다. 

디안드라 수비아 영국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네스트(NEST) 대표는 로이터를 통해 “우리는 쉘이 온실가스 배출량 집계에 스코프3(공급망 포함 총 외부배출)도 포함할 것을 요구한다”며 “쉘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기업인데 전혀 친환경 전환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Amundi SA)도 포함됐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아문디는 세계 10대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로 규모가 2조 달러(약 2660조 원)가 넘는다.

기관투자자들은 쉘이 세운 기후목표가 파리협정 목표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파리협정의 핵심 목표는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아래, 가급적 1.5도 아래로 묶어두는 것이다. 

사실 쉘이 세운 기후목표는 대형 정유사 가운데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쉘이 발간한 기후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자사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절반까지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쉘의 목표에 스코프3가 배제돼 "반쪽짜리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5곳을 대표해 공식성명을 낸 빈센트 카우프만 에토스 재단 대표는 “이번 투자자 요구는 고배출 기업들이 기후목표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재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맷 크로스맨 영국자산운용사 래스본스 스튜어드십 디렉터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지난해 우리는 관측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를 보냈다"며 "지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합의된 만큼 정유사들은 이에 부응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세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고배출 기업, 특히 정유사를 향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조직적 기후행동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쉘에 앞서 엑손모빌은 투자자들로부터 더욱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기후목표가 낮은데다 스코프3를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엑손모빌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자체가 쉘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초 발간한 ‘2024 기후활동 진보’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30%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두고 비판이 높아지자 엑손모빌은 지난해 5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정기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옮겼다. 당시 '팔로우 디스(Follow This)' 등 투자자 단체는 엑손모빌 경영진의 행동을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팔로우 디스'는 전 세계 화석연료 기업 주주 9500여 명이 가입한 단체다.
석유메이저에 기후행동 강화하는 대형 기관투자자, 한국 정유사는 괜찮을까
▲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위치한 엑손모빌 주유소. <연합뉴스>


이에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이들(투자자 단체들)은 반화석연료 집단”이라며 “엑손모빌의 국제적 역할을 축소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자들”이라고 반박했다.

'팔로우 디스'를 비롯한 투자자 단체들의 기후대책 요구에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힘을 실어줬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거버넌스 및 규정 준수 책임자인 카린 스미스 이헤나초는 지난해 5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엑손모빌은 스코프3 관리에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며 “현재 우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쉘, BP, 쉐브론 등 여타 정유사들도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경쟁력 있는 친환경 전환 계획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1조4천억 달러(약 1862조 원) 규모 자산을 보유한 위탁운용사로 BP, 토탈에너지스, 쉐브론, 엑손모빌 등 정유사들에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한국 정유사들의 기후목표과 관련,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기후행동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이 해외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대상에 올라 있지 않은 탓으로 추정된다. 상장기업은 에쓰오일 한 곳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이자 석유메이저인 아람코가 63.4%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다른 정유 3사는 비상장사다.

그러나 정유업계를 향한 압박을 의식한 국내 정유사들은 저마다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세워 발표했다.

SK에너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창립 2050년 탄소중립을 넘어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62년까지 지금껏 기업활동으로 배출한 탄소를 모두 상쇄하겠다는 '올타임 넷제로(온실가스 배출 '0')' 구상을 발표했다.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도 각각 정기 발간하는 ESG경영보고서를 통해 2020년 이후 점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2050년 탄소중립(탄소 배출 '0') 목표에 동참할 것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기후변화연구소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100만 톤 클럽’ 명단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모두 2018년과 비교해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13.76%, 6.13%, 21.54% 증가했다. 

특히 에쓰오일은 집계된 모든 기업 가운데 홀로 배출량 1천만 톤을 넘겼다.

SK에너지만 유일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SK에너지의 배출량은 2018년보다 9.51% 감소한 670만 톤으로 집계됐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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