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을 향한 '머니무브'에 속도가 붙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장기고객을 유치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던 주담대의 '락인(Lock-in) 효과'가 줄어드는 만큼 고객유치 전략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5대 은행이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고객 이탈에 따라 장기고객 유치 전략을 새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거리에 늘어서 있는 시중은행 ATM. <연합뉴스> |
금융업계에 따르면 12일 기준 아파트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의 최저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DGB대구은행으로 3.26%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개시 첫날 한도가 초과될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던 카카오뱅크도 최저 3.49% 금리를 제공한다.
이밖에 다른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대부분 최저금리를 3%대로 설정했다.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에 참여하는 18개 은행의 2023년 12월 잔액기준 주담대 금리 평균이 4.44%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차주들이 더 낮은 금리를 기대하고 대환대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담대시장의 머니무브에 속도가 붙는 것인데 5대 시중은행은 고객 유치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장기고객 이탈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가계의 주담대 잔액은 1049조 원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5대 은행이 보유한 주담대 잔액은 약 690조 원으로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주담대는 은행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이자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장기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으로 큰 의미를 지녔다.
은행의 대표상품인 예·적금의 만기가 대체로 3년 이내인 것과 달리 주담대의 만기는 20~30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담대는 그동안 처음 가입한 은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주담대로 유입된 고객이 은행을 장기간 이용하면서 다른 거래로 이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5대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으로 '주담대 고객이 곧 장기고객'이라는 틀이 깨진 셈인데 이에 따라 장기고객 유치를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개인고객은 기업고객과 달리 비금리 경쟁력 측면에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점이 제한적이라 고민이 더 깊을 수 있다.
▲ KB국민은행은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전용상품에서 최저금리로 3.70%를 제공하고 있다. |
기업고객은 세무서비스나 급여이체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할 수 있지만 개인고객에게는 금리나 한도를 제외하면 체감할 만한 혜택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도 이번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에 맞춰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리 경쟁력을 갖추는 데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이 장기고객 유치 관점에서 또 다른 장기상품인 퇴직연금에 더욱 힘을 실을 가능성도 나온다.
퇴직연금은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인데다 한 번 가입하면 은퇴할 때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장기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안정적 운용을 필요로 하는 퇴직금 특성상 고객 유치에 5대 은행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