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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콘퍼런스 2016'에서 소프트웨어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 ‘타이젠’으로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독립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통해 안드로이드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이라는 '양강'이 구축해온 운영체제의 벽을 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 자동차 등 신사업의 운영체제로 전문화하고 스마트폰에서 인터페이스와 자체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여 생태계를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 타이젠 시장확대 어려워, 전략 선회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타이젠의 개발목표를 스마트폰 운영체제 독립에서 생태계 다양화로 선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와 남아공에 타이젠을 적용한 새 스마트폰 ‘Z2’를 출시하고 성능을 크게 높인 Z9의 출시도 검토하는 등 타이젠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대하며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타이젠이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에 경쟁할 수 있는 운영체제로 자리잡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타이젠 스마트폰 판매량은 300만 대 수준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가 판매한 스마트폰 전체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세계 모바일운영체제에서 안드로이드가 86%, iOS가 13% 정도의 점유율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타이젠 점유율은 0.2%로 추정된다.
윈도 모바일과 블랙베리OS 등 신제품 출시가 중단된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점유율도 iOS와 안드로이드가 대부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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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자체개발 운영체제 '타이젠'. |
시장조사기관 SA는 “삼성전자 타이젠은 단기간에 스마트폰 운영체제시장의 양강체제를 뛰어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웨어러블 등 새 분야에서 성장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의 기어S3과 기어핏2 등 모바일 운영체제, 스마트TV와 냉장고 등 사물인터넷 기기에 탑재된다. 최근 타이젠 기반으로 동작하는 자동차용 솔루션 ‘커넥티드 오토’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꼽히는 인도에 타이젠 개발자센터를 설립하고 운영체제 발전과 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타이젠은 원형 또는 휘어진 형태로 제작되는 삼성전자 웨어러블기기 화면에 맞춤형으로 인터페이스 등을 개발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물인터넷 기기와 자동차분야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같이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개발을 수직계열화해 최적화하며 제품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스마트폰에서는 놓쳤지만 이런 신사업에서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삼성 개발자회의를 열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를 보고 있다”며 “타이젠 운영체제의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터페이스와 자체 서비스로 소프트웨어 경쟁력 갖춰
삼성전자는 자체 운영체제 독립에 실패했지만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와 모바일결제 ‘삼성페이’, 보안서비스 ‘녹스’ 등 서비스를 지속발전해 삼성전자만의 차별화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김개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최근 전자전문매체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개발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안드로이드에 설치해 사용하는 자체개발 인터페이스(UI) ‘터치위즈’가 작동이 느리고 스마트폰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상무는 “터치위즈를 더 가볍게 만들고 스마트폰과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사용경험을 개선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인터페이스를 갖춰내겠다는 철학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이젠을 통한 운영체제 독립전략이 그동안 구글과 맺어온 협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어 타이젠을 웨어러블기기와 스마트홈기기에 전문화한 운영체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타이젠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구글과 마찰로 일어날 결과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타이젠에 걸고 있는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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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스마트폰 인터페이스(UI) '터치위즈'. |
삼성전자가 최근 인공지능 관련기업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는 것도 장기적으로 이를 스마트폰 인터페이에 적용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블룸버그를 통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강력한 장점을 갖출 것”이라며 “관련기업 인수를 통한 역량확보를 계속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최근 인공지능 관련기업 4곳을 연달아 인수하며 음성인식서비스 ‘시리’의 기능을 강화해 아이폰의 사용자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는 약점으로 꼽혀왔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하드웨어 경쟁력과 결합한다면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결제 삼성페이와 자체 보안서비스 녹스 탑재를 확대해 삼성전자 스마트폰만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이인종 부사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장점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되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회사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개발역량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