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전에서 입찰경쟁을 유도하면서 박 회장의 인수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전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통 인수합병 거래에서 실사비용은 30~50억 원 수준”이라며 “산업은행이 실사비용까지 지원하며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실사비용까지 지원하면서까지 후보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열의를 보이면서 다른 후보들이 쉽사리 인수전에 뛰어들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매각 이후 금호타이어만큼은 쉽사리 박 회장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 본입찰이 한 차례 유찰되자 박 회장과 수의계약을 맺었고 결국 박 회장은 7천억여 원에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금호산업 매각의 학습효과로 산업은행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이번에 박 회장이 우선매수협상권을 행사하는 데 제3자 지정 및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우선매수협상권을 행사하더라도 제3자는 물론 계열사의 도움없이 인수자금을 마련해야한다.
또 금호타이어 입찰이 유찰될 경우 박 회장과 수의계약 절차를 밟는 대신 입찰 절차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인수후보를 찾기 어려울 경우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인수후보에 실사비용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박 회장 입장에서 머리 속이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입찰경쟁으로 흐를 경우 박 회장의 운신의 폭도 한층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인수금액은 주식가치 기준으로 6천억 원 상당이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후보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어 입찰경쟁이 가열될 경우 인수금액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본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재인수에 나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