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기자간담회에서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자 한국은행에서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상당한 진전을 보았으나 여전히 물가 목표를 웃도는 상황이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마지막 단계)’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논의했다고 발언한 이후 시장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해 기대감을 키우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금리 인하를 본격적으로 시사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의 언급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긴축적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의 전환 가능성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외부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실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다”며 “환율, 자본이동 등 제약조건이 풀린 것은 사실이라 국내만 보면서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이르는 시점을 내년 말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향후 전망경로 상에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 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폭 축소 등이 내년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이정익 한국은행 물가고용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르면 내년 연말이나 2025년 상반기 중에 물가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남은 거리로만 보면 라스트 마일이 얼마 안 남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보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