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아파트시장의 ‘큰 손’은 저금리 정책대출을 등에 업은 30대였다.
정부는 내년에도 신생아특례대출, 청년주택대출 등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대출상품을 50조 원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 30대 아파트 매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정부가 2024년 신생아특례대출, 청년주택드림 대출 등 정책대출상품을 50조 원 규모로 공급한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17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의 아파트매매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건수 35만2057건 가운데 30대 매입건수가 9만4530건(26.8%)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40대 매입건수는 9만1194건(25.9%)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통계자료를 공개한 2019년 뒤 30대 매입건수가 처음으로 40대를 앞질렀다.
이밖에 50대 매입비중이 7만5335건(21.3%), 60대 4만7697건(13.5%), 70대 이상 2만271건(5.7%), 20대 이하는 1만5876건(4.5%), 기타 7164건(2%) 순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1월에는 40대와 30대 아파트 매입건수 각각 4374건, 4350건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접수가 시작된 2월부터 9월까지는 30대 매입건수가 몇 백건 차이로 40대보다 많았다.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이 9월 말 중단되자 10월에는 다시 40대의 아파트 매입건수(9107건)가 30대(8829건)를 앞질렀다.
저금리 정책대출상품 효과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30대 실수요자 수요가 매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상관없이 연 4%대 금리로 9억 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정책대출상품이다. 올해 1월26일부터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상품으로 11월 말 기준 신청금액이 42조7천억 원에 이른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현재 특례보금자리론은 65.2%가 신규 주택구입 용도로 사용됐다.
정부는 이밖에도 올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고 생애최초 디딤돌대출 주택담보비율(LTV)를 기존 70%에서 80%까지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로 대출 문턱을 낮춰줬다.
정부는 2024년에도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정책대출상품을 50조 원 넘게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정책대출 상품 출시에 올해 분양물량 감소 등으로 주택 매수 대기수요가 많다는 점, 전세사기 문제로 청년층에서도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점 등을 고려하면 내년 아파트시장에서도 30대 매수자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정부는 당장 내년 1월부터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출산가구에 주택 구입자금 및 전세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신생아특례대출’을 시행한다. 공급규모는 약 27조 원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아이를 출산한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주택구입의 경우 연 소득 1억3천만 원 이하면 9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5억 원까지 연 1.6~3.3% 금리로 빌릴 수 있다.
신생아특례대출은 처음 받은 금리를 5년(최장 15년) 동안 적용받는다. 또 대출을 받은 뒤 아이를 더 출산하면 1명 당 0.2%포인트 추가 금리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청약에 당첨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용 대출지원상품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도 출시된다.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은 기존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서 가입요건 등을 완화하고 초장기,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한다.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으로 연 소득 5천만 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통장에 1년 이상 가입, 1천만 원 이상을 납입하고 6억 원 이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전용대출인 청년주택드림 대출을 통해 최저 2.2%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빌릴 수 있다.
대출 만기는 최대 40년으로 일반 주택기금 구입자금대출보다 혜택을 강화했다. 대출받은 뒤 결혼, 출산, 다자녀 가정이 되면 추가 금리 혜택도 준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의 주택 마련 지원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서 11월24일 ‘청년 내집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연간 10만 명 정도를 기준으로 평균 2억~3억 원을 대출하면 대출금액은 20조~30조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R114 리서치팀이 공개한 ‘2024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신생아특례대출이 시행되면 약 6만2407세대(주택구입 61%)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신생아특례대출, 청년주택드림 대출 등 저금리 정책금융 상품으로 2024년 주택시장에서 9억 원 이하 급매물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대출 상품이 2030의 ‘영끌’을 부추기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동향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91조9천억 원으로 10월보다 5조4천억 원 증가했다.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대 수치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연속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10월(5조7천억 원)에 이어 11월에도 5조8천억 원 증가했다.
특히 30대 가구는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지 오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30대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9.3%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증가했다. ‘영끌족’이 많은 30대는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