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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작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대한 설명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한국경제를 진단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경제팀에 대해 "장기적 비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장 교수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장하준의 경제학강의’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삼성 특별법으로 오너경영체제 유지"
그는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팀의 배당확대정책에 대해 “기업이 이윤을 내서 투자하고 임금을 올리면 봐주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거기 왜 배당이 끼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배당의 경우 가계보다 기관투자자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시장에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30%를 보유하고 개인투자자는 10%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배당을 한다 해도 시중에 돈이 돌겠느냐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시중에 돈이 돌게 하려면 임금을 올리든지 투자를 하라고 해야지 배당을 했는데 투자자가 돈을 틀어쥐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장 교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현 경제팀의 부동산경기 활성화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금융거품과 부동산 거품을 통해 경기를 살려보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삼가야 한다”며 “한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것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엄격히 규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환 정책이 오히려 부실과 거품을 키울 수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장 교수는 이건희 회장 퇴진 후 삼성그룹 경영권과 관련해 삼성특별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외국투기자본에 의해 삼성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한다”면서도 “특별법을 통해 삼성 3세들이 기존의 오너경영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되 경영을 잘 못할 경우 정부가 경영권을 인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정부의 삼성경영권 인수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현재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이 7.7%인데, 정부가 삼성 3세들의 상속세를 주식으로 받아 국민연금에 넘기면 12~1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처음 양극화 해소나 복지에 대해 약속한 것을 어긴 게 너무 많다”며 “너무 약속을 가볍게 깼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우리경제와 세계경제의 관계에 대해 중국이나 미국 어느 한 쪽에 쏠리지 말고 다자간 무역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뤄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 모두가 더 (세금을) 내고 더 (복지 혜택을) 받는 사회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장하준 경제학 강의’는 어떤 책인가
“이제 경제가 너무 중요해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일반인들이 어느 정도 경제학 지식을 갖춰 전문 경제학자들의 말에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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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책 표지 |
장 교수가 일반인들을 위한 경제학입문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쓴 이유다. 앞서 출간한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경제 관련 이슈를 중심으로 화두를 던졌다면 이번에 기존 경제학의 허점을 구조적 이론적으로 파헤쳤다.
장 교수는 2부 12장으로 구성한 이 책에서 경제사와 이론에 대한 다시보기를 시도했다. 그는 이 책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에서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이어 자본주의 경제가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간략한 경제사를 통해 소개했다.
이와 함께 신고전주의를 비롯해 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오스트리아학파, 케인스학파, 슘페터 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2부에서 주류 경제학에서 잘 다루지 않은 분야를 다뤘다. 우리생활과 밀접한 일, 실업, 불평등, 빈곤 등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무역 등 거시경제까지 아울러 경제학을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일러준다. 나아가 노동시간, 빈곤율, 국내총생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의 숫자 이면에 가려진 경제현실도 짚어준다.
특유의 어법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으나 다루는 내용은 만만치 않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자유시장주의에 이론적 틀을 제공한 신고전학파도 수많은 이론들 중 하나일 뿐 언제든 다시 쓰여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
장 교수가 이번에 낸 책은 2004년 국내에서 처음 <사다리 걷어차기>를 출간한 이후 10번째다. 그는 돈에 의해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그의 저서들은 경제분야 서적으로 보기 드물게 출간 때 마다 화제를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07년과 2012년 출간한 두 권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각각 50만부 넘게 팔렸다. 그의 저서들은 지금까지 누적 판매부수 150만 부가 넘을 정도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도 출간되자마자 28일 기준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비롯해 교보문고, YES 24 등 주요 서점 판매순위 수위권에 올랐다.
◆ 세계적 사상가 순위 9위의 장하준
장 교수는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로 정치경제학을 강의하며 세계 경제학계에서 영향력있는 학자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유명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적 사상가(WORLD THINKER)' 순위에서 지난해 18위에 오른데 이어 올해 9위를 차지했다. 세계적 논쟁의 중심에 선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7위였다.
장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빈곤해결과 불공정무역에 대항하는 국제기구 옥스팜의 회원이며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유럽투자은행 등의 자문을 맡았다. 현재 워싱턴 D.C.에 있는 정치경제학연구센터의 회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