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대금은 650억 원으로 인수 방식은 신주 보통주 및 사채 인수 형태다. 신주인수 대금은 400억 원, 사채 인수가액은 250억 원이다.
대원제약은 현재 재무가 안정적인 편이라 이번 에스디생명공학 인수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당장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재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들이 자본잠식상태에 있고 에스디생명공학도 회생절차를 진행중이라 향후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 에스디생명공학 인수 목적 가운데 하나가 화장품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것인 만큼 새 사업들을 안착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 투입도 예상된다.
대원제약은 2023년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 81.5%, 유동비율 158%다. 재무적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반면 최근 인수한 대원제약의 자회사들의 재무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2021년 5월 인수한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 기업 극동에치팜은 순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자사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장대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인수를 했지만 순손실 규모를 살펴보면 2020년 25억8314만 원, 2021년 3억5506만 원, 2022년 22억3788만 원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순손실이 누적되며 부분자본잠식상태에도 접어들었다.
대원제약의 다른 자회사 보청기 제조 기업 대원메디테크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022년 말 기준 대원메디테크의 자본은 -68억 원이다.
대원제약은 자회사들의 재무가 좋지 않자 극동에치팜과 대원메디테크에 각각 50억 원, 70억 원을 빌려준 상태다. 이 가운데 대원메디테크에 빌려준 70억 원은 전액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 놨다.
대손충당금이란 못 받을 채권을 장부에서 미리 손실처리하는 회계계정을 일컫는다. 그만큼 자회사들의 현재 재무상태가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백인환 대원제약 경영총괄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온 이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 적자 기업을 인수하면서 ‘무리한’ 확장을 시도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에스디생명공학 홈페이지 갈무리>
게다가 인수를 앞두고 있는 에스디생명공학은 적자기업으로 인수 시 재무적 측면에서의 이점도 없다.
2008년 설립된 에스디생명공학은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화장품 매출 감소와 건강기능식품 사업 위축 등으로 2019년 196억 원 적자, 2020년 98억 원 적자, 2021년 451억 원 적자, 2022년 52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3월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고, 4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에스디생명공학은 올해도 고전하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22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은 37% 줄었다.
재무 상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토지 및 건물 매각에도 나섰다.
에스디생명공학은 240억 원의 규모의 충청북도 음성군 소재 토지 및 건물을 서흥헬스케어에 양도 결정했다고 11월23일 공시했다. 에스디생명공학 자산총액 대비 21.44% 규모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에스디생명공학은 마스크팩이 전문이다. 중국에서 시트 마스크팩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마스크팩은 더 이상 중국 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마스크팩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4% 감소했다.
대원제약은 전체 매출에서 제약이 94.7%를 차지하는 전문 제약사다. 그렇기에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기업 에스디생명공학 인수는 사업다각화에 나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음에도 적자기업인 에스디생명공학을 인수한 이유는 백 사장의 강력한 사업다각화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백 사장은 2022년 말 취임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했다.
대원제약 창업주인 고 백부현 회장의 장손이자 2세인 백승호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3세다.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최근까지 마케팅본부장을 거친 전략기획 전문가다. 이번 에스디생명공학 인수를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백 사장은 취임 초 “신사업 발굴로 대원제약의 제 2도약을 이루겠다”라며 사업다각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