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찬 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증시 격언이 곧 사라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이른바 ‘배당선진화 제도’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주도 대표적 배당주로 꼽히는 만큼 국내 8곳 금융지주가 배당선진화 제도를 언제 도입할지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다.
20일 각 금융지주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8곳 금융지주는 모두 올해 3월 주주총회 때 배당선진화 제도를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었지만 도입 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배당선진화 제도는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금융지주를 포함한 국내 상장사 대부분은 12월 말에 배당기준일을 둬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뒤 이듬해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확정했다.
투자자는 배당금을 얼마나 받을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주식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이를 두고 ‘깜깜이 투자’라는 지적이 있었다.
배당선진화 제도 도입 취지 등에 비춰볼 때 만약 제도가 시행된다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하고 배당기준일을 4월 초로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배당기준일이 바뀌면 배당락 발생 시점이 달라지고 주가에도 영향이 미치는 만큼 투자자들은 금융지주들의 배당선진화 제도 도입 시점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들이 배당선진화 제도 도입을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각 금융지주의 논의 진척도 등에 비춰볼 때 당장 올해부터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KB금융지주는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도입할 수도 있어 보인다.
서영호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은 10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법 개정의 속도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모든 게 잘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이르면 내년 1분기 분기 배당부터 개선된 절차를 적용이 가능할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분기배당은 자본시장법 적용사항으로 4월 발의된 분기배당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지만 금융지주들도 배당선진화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
▲ 각 금융지주의 논의 진척도 등에 비춰볼 때 당장 올해부터 배당선진화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배당선진화 제도 관련 논의는 이어가고 있으나 도입 시점을 확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금융지주는 10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때 이태경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연초 정관은 이미 바꿨으나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며 “연말 이전에 정해지면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도입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도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꾸준히 의지를 보이는 점이나 배당선진화 제도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점, 은행주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배당선진화 제도 도입을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10월 낸 은행 주간 보고서에서 “올해 결산 배당부터 이를 적용할지는 아직 미결정된 사안으로 11월에 시행 여부를 정확히 공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의 주요 추진 과제임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금융사들이 상기 방안을 시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금융지주들이 별도로 배당선진화 제도 도입 여부를 밝히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자율공시나 배당기준일 2주 전 공고 등을 통해 제도 도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나민석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변경된 정관상 이사회에서 배당기준일을 정할 경우 기준일 2주 전 기준일 공고가 필요하다”며 “결산배당의 기준일을 기존과 같이 연말로 설정하면 12월 중순 기준일 공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도가 올해부터 적용된다면) 빠르면 12월 전후로 자율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며 “개정안 적용 후 은행별 각기 다를 배당기준일은 2024년 1월 상장사협의회 통합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