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내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승인과 비트코인 반감기 등 호재를 앞두고 시장점유율 확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연임을 위해서라도 실적 개선을 위한 방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업비트를 따라잡는 데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
12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빗썸이 수수료 0% 정책을 도입하는 등 거래량 증가와 시장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업비트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빗썸의 매출구조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수수료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수수료 0% 정책은 사실상 매출 대부분을 포기하는 고육책이다.
빗썸 관계자는 거래 수수료 0% 정책을 두고 “이번 수수료 무료화는 낮아진 시장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며 “유동성이 중요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빗썸이 앞서 10월4일부터 거래 수수료 0%를 도입한 뒤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바라본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빗썸의 가상화폐 거래량은 수수료 0%를 발표할 당시 약 3100억 원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빗썸의 거래량은 약 1조993억 원에 달한다. 252.68% 급증한 셈이다.
매출 대부분을 포기하며 실행한 고육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두나무가 운영하는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따라잡아 시장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업비트는 현재 약 6조5800억 원의 거래량을 나타내고 있다. 빗썸이 거래 수수료 0%를 발표한 10월 초에는 약 1조3천억 원대의 거래량을 기록했었다.
빗썸이 252.86%의 거래량 증가를 기록할 때 업비트는 406.15%의 거래량 증가를 나타냈다.
당초 약 3배 차이가 나던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량 차이는 현재 약 6배가 넘게 벌어졌다.
현재 업비트가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86.8%, 빗썸은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초 업비트 시장점유율이 약 80%인 것을 고려하면 시장점유율 차이도 더 벌어졌다.
뱁새(빗썸)가 황새(업비트)를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로 여겨진다.
▲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수수료 0% 전략을 사용하며 거래량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를 추격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빗썸 거래소 앞. <연합뉴스> |
게다가 업비트는 빗썸과 다르게 수수료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여전히 거래 수수료 매출을 기록하며 상승세에서도 빗썸을 따돌리고 있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를 두고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위 빗썸보다 1위 자리를 차지한 업비트가 워낙 규모가 커 블랙홀처럼 국내 가상화폐 시장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빗썸의 고육책에도 투자자들이 업비트를 사용하던 관성이 남아 거래소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가상화폐 시세 상승세에도 대부분의 가상화폐 투자자가 장기 투자 행태를 보여 거래를 빈번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도 빗썸이 업비트를 따라잡기 어려워할 요인으로 꼽힌다.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빗썸의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 0% 정책이 별다른 매력이 없는 것이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내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승인과 4월 비트코인 반감기 등이 도래하면 투자심리가 봄을 맞이할 것으로 바라본다.
미국 가상화폐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가 1월에 출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월에는 비트코인 채굴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며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반감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올해 매출을 포기하면서도 거래량과 시장점유율 확대에 매진한 것은 이 때문이다. 투자심리가 풀릴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을 앞두고 올해 시장점유율 확대로 승부를 볼 계획을 세웠다.
빗썸은 올해 2분기 거래량이 줄며 영업손실 34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 대표는 LGCNS, IGE, Affinitymedia, IMA를 거쳐 2017년 빗썸에 입사해 글로벌 사업을 맡았다. 빗썸을 포함해 여러 기업에서 사업운영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근무하는 등 IT 전문성과 글로벌 경영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의 임기는 2024년 3월30일에 만료된다. 빗썸의 위축된 실적만 놓고 보면 향후 연임에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내년 초 실적 개선을 위한 승부수를 던져야 할 필요성이 크다.
다만 빗썸보다 업비트가 더 큰 폭의 거래량과 시장점유율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이 대표의 승부수가 큰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