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6년의 임기를 끝으로 퇴임했다. 

유 소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법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살아있는 나무”라는 말을 퇴임사로 남겼다.

유 소장은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소장으로 재직한 지난 6년의 시간은 참으로 영광되고 소중한 시간이자 올곧은 헌법재판을 위한 고뇌와 숙고의 시간이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심판 관련 규정과 업무체계를 정비하고 헌법 연구관을 증원하는 등 연구부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는 한편, 심판지원 조직을 확대·개편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건 처리를 위해 노력했다”며 “이제는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겸허하게 기다릴 뿐이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다양한 가치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사회현실과 시대환경은 급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헌법적 쟁점들이 제기되고 가치와 이해관계 충돌을 헌법재판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 헌재는 헌법질서의 대전제인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단단한 기둥으로 하여 사회 문제에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유 소장은 “헌법조항들은 제정 당시 예측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규범으로도 기능한다”며 헌법이 종종 ‘살아있는 나무’에 비유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소장은 “헌재에는 35년간 쌓아올린 성과와 경험,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있다”며 “헌법이 지배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완성시키는 헌법재판으로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유 소장이 재판관으로 재직한 6년 동안 헌재는 낙태죄, 군 영창제, 검찰 수사권 축소 권한쟁의심판 사건, 임성근 전 부장판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등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2019년 4월 낙태한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도 있다. 

유 소장은 1986년 판사로 임관했다. 2017년 11월11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뒤 2018년 9월21일 7대 헌재 소장으로 취임했다.

유 소장이 퇴임하면서 헌재소장은 공석이 됐다. 대법원도 47일째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사상 초유의 사법부 양대 수장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13일 열린다. 청문회 이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이 늦어지거나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길어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재는 7일 이내에 재판관회의를 소집해 권한대행을 선출해야 한다. 그전까지는 이은애 선임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