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TSMC 등 반도체기업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지원하는 데 들이는 예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참고용 이미지.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가 자국 및 해외 반도체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를 지원하는 데 2조 엔(약 17조4천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들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지원법에 맞서 TSMC와 같은 주요 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늘리며 적극적으로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9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2조 엔에 이르는 예산을 추가로 조성해 반도체 생산 확대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새로 편성되는 반도체 지원 예산은 라피더스와 인텔, TSMC의 일본 내 투자 지원에 중점적으로 활용된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한 반도체 파운드리업체다. 2027년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홋카이도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TSMC는 구마모토에 모두 2곳의 반도체공장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미 첫 번째 공장 투자 비용의 절반 가량을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이번에 조성된 추가 예산 가운데 7700억 엔(약 6조7천억 원)은 TSMC의 두 번째 파운드리공장을 위해 쓰인다.
TSMC는 당초 일본에 반도체공장을 한 곳만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앞세우자 제2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약속한 대로 TSMC의 투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본은 미국 및 유럽과 반도체 투자 유치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며 “따라서 지난해와 비교해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효력이 발휘된 52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앞세워 공장 투자를 유치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유럽도 이를 뒤따라 글로벌 반도체기업에 430억 유로(약 60조 원)를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했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대규모 지원 법안을 도입하는 대신 이번 사례와 같이 예산을 늘려 TSMC와 같은 해외 기업에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사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모두 현지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해 자급체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반도체기업의 공장 건설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일본의 파운드리 등 반도체 기술력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세계 1위 업체인 TSMC의 투자 유치는 상당한 성과로 꼽힌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 예산 편성안은 10일 국회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