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부동산 업황의 악화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긴장하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해외 부동산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게 되면서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에 실적 먹구름이 더 짙게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부동산 기업들이 잇따라 휘청이면서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노출도)가 높은 금융투자업체들의 실적 악영향이 빠르게 가시화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글로벌 상업부동산 기업 위워크(WeWork)가 6일 파산 신청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문화의 확대, 고금리 지속에 따른 해외 부동산 업황 침체가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위워크 파산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엔 추가 충격이 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워크는 최근까지 39개 국가에 777개 임대 오피스를 운영하던 거대 부동산 기업이었으며 뉴욕증시 상장사이기도 하다.
▲ 위워크의 파산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Wealth Management > |
콜롬비아 경영대학의 슈타인 반 니에우베르흐(Stijn Van Nieuwerburgh) 부동산 교수는 “위워크의 파산은 이미 침체에 있던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이다”며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라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글로벌 부동산 기업 지그나(Signa)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지그나는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을 소유한 기업으로 베를린과 런던 등지에도 대형 백화점, 호텔, 상업시설 등 다양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자산가치는 250억 달러(약 33조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 침체를 겪으면서 현재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파산을 막기 위해 최근 전임 대표를 경질하고 독일의 채무구제 전문가 아른트 가이비츠(Arndt Geiwitz)를 구원투수로서 대표로 삼았다. 가이비츠는 독일 국영 항공사 루프트한자를 채무불능 상태로부터 구해낸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에르멩가르드 자비르(Ermengarde Jabir) 이코노미스트는 “가치 하락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부동산 자산들이 불의의 충격을 받으며 공실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더욱 거세지는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해외부동산 자산 손실로 실적이 악화했던 증권사들은 추가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2년부터 해외 부동산 가격이 본격 하락하자 2023년 비시장성 자산 재평가가 많지 않은 1, 2분기에도 손상차손이 급증했다”며 “점점 보유 부동산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해외 부동산 시장 추가 침체에 더해 올해 하반기부터 비시가성 자산이 재평가되면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증권사 가운데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특히 큰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업계에선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43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홍콩 부동산 등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등 해외 자산의 건전성이 악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가 약 1조7천억 원 규모인데 하반기 실적에 추가로 평가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 목표주가를 7500원에서 7천 원으로 하향한다”며 “부동산 대체투자 익스포저가 특히 많아 손상차손이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이라 말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목표주가를 7천 원에서 6500원으로 낮추면서 “해외투자자산 건전성 우려가 확대되며 투자심리가 저해됐다”며 “하반기부터 비시가성 자산 재평가 시 손실 반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도 해외부동산 공실 발생에 따라 올해 2분기 1천억 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반영한 바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해외부동산을 대부분 셀다운 했으나 보유 규모가 4천억 원으로 공실 발생하는 펀드에 한해 연말까지 평가손실이 반영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