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3-11-07 16: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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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에 대해 국내에선 찬반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해외에선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과 해외 전문가들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저해’, ‘정치적인 의도’에 초점을 맞추며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 한국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에 대해 해외에서는 대부분 쓴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7일 국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부터 시행된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에 대해 국내와 외국에서 사뭇 다른 여론이 펼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국내에서도 전면금지 조치에 대한 의심 섞인 시선이 존재한다. 조치가 시행된 시점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당국이 조치 시행의 배경으로 든 외국계 IB(투자은행)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있던 건 사실이지만 가장 최근 적발된 건은 지난달 중순이다. 실제로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이후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때 당시 즉각 전면금지 조치를 시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점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동안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저해’, ‘글로벌 기준에 부적합’ 등을 이유로 공매도 전면금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지만 이번 조치를 시행한 뒤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지난 3일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의원의 ‘이 다음엔 공매도에 포커싱 할 것’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노출되고 이틀 뒤인 5일 조치가 전격적으로 시행됐다는 점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정치적인 노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다만 반대에서는 그동안 공매도로 인해 짓눌려왔던 주가가 전면금지 조치로 상승하며 제자리를 되찾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날 대비 각각 2.33%, 1.80% 하락한 채 마감했다. 전날의 급격한 상승을 이끈 숏커버(공매도 청산) 매수세가 줄어들자 전면금지로 인한 주가상승은 일회성 처방에 그친 모양새다.
해외 언론들도 한국의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주목하며 거의 모두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면금지 조치로 한국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있으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증시 투명성을 악화시키며 매력도를 낮출 거란 의견도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증시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 0.6%, 코스닥 1.6%로 크지 않다”고도 덧붙였으며 이 밖에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엑솜의 강웅모 연구원은 “이 시점에 전면금지가 시행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개인투자자들을 의식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인 술수로 대부분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증시에 대한 신뢰를 잃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과열 신호를 보낼 수 없게 되면 증시의 장기 신뢰성이 저해된다”고 말했다.
개리 듀건 달마 자산운용 CIO(최고투자책임자)도 “한국증시의 지위에 손상을 입힐 것이며 MSCI 지수 편입에 확실히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초기에는 증시가 상승하겠지만 한국증시 공매도 비중이 낮아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로이터의 우라 갈라니 칼럼니스트는 “통상적으로 공매도 금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그게 아닌데도 한국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은 퇴행적이다”고 평했다.
이어서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공매도 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며 “헤지 수단이 사라져 버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떠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즈도 “이번 전면금지 조치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 한국과 달리 필리핀은 지난 6일부터 증시 공매도 거래를 허용했다. 사진은 필리핀 증권 거래소. <위키피디아>
비단 영어권 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등 이웃 국가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 제일재경은 전 시타델 퀀트트레이더 천따롱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조치는 내년 총선과 관련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외국계IB와 공매도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총선에서 표심을 얻으려는 것”, “오히려 시장 불안정성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등의 발언을 전했다.
대만의 중시신문망도 “이번 조치의 시점에 대해 의아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의도란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 머니1은 ‘한국 금융당국 공매도 전면금지, 선진국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제는 이번 금지조치가 지극히 정치적인 동기에서 나왔다는 것이다”며 “한마디로 여당의 인기 영합책으로 야당도 반대하기 힘든 이슈를 끌고온 것”으로 평했다.
이 밖에 주가에 제동장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증시 과열과 버블의 우려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루스가 위로 오르기만 하다 날개가 녹아 추락했던 것처럼 증시에 거품과 붕괴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단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우려 섞인 의견을 내고 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관련 많은 연구결과가 말하듯 공매도 제한은 오히려 높은 변동성과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미 이런 현상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