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2024년 상반기에 임기만료를 앞둔 사내이사가 104명이고 그 가운데 대표이사는 41명으로 대기업집단 가운데 카카오그룹 다음으로 많다. 이에 따라 이번 연말인사에서 큰 폭의 인사이동이 있을 공산이 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대내외 경영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10월16~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CEO들은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의 발언이나 SK그룹이 직면한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번 인사에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위주로 ‘세대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2023년 실적 측면에서 가장 좋지 않았던 SK그룹 계열사는 SK하이닉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SK이노베이션, SKC 등이 꼽힌다.
SK하이닉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SKC는 올해 들어 적자전환했고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줄어들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과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은 각각 임기만료일이 2년4개월, 1년4개월씩 남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경영성과를 내지 못하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영업이익이 60% 감소했고 SKC는 올해 1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실적이 워낙 좋아 올해 기저효과가 컸던 만큼 김준 부회장의 거취에는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SKC는 2년 연속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2022년 3월부터 SKC를 이끌어 온 박원철 사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게다가 SKC의 내년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C는 전방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북미·유럽 투자 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익성 개선 폭도 더딜 것으로 판단한다”며 “2024~2025년 SKC 동박부문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