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3-11-06 16: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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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 거래가 2년 반 만에 전면 금지됐다.
1400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급등랠리를 펼쳤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향후 증시 흐름에 대해서는 낙관하면서도 정치권 압박에 따른 정책결정이 한국 시장의 대외신뢰도를 후퇴시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전날 금융당국은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공매도 전면 금지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래픽 비지니스포스트>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공매도 전면 금지안'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 거래를 막기로 한 것이다.
공매도가 전면적으로 금지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2년 반 만의 일이다.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뒤 2021년 5월부터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 거래가 허용됐다.
금융당국이 예상 밖의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태 공매도 전면 중단은 2008년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5월,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2011년 8월~2011년 11월, 2020년 코로나19 시기(2020년 3월~2021년 4월) 등 금융위기 등 증시가 폭락하는 시기에 한해 이뤄졌다.
8월 이후 약 3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11.2%, 코스닥지수가 16.4% 각각 빠졌으나 경제위기에 준하는 상황은 아닌 만큼 앞선 세 시기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금융당국이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우선 주식시장은 이 같은 결정을 호재로 받아들인 모습이다. 특히 올해 주가가 급등했던 2차전지 종목들을 놓고 공매도 세력과 전쟁을 벌이던 개인투자자들의 환호가 크다.
이날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2위에 이르는 LG에너지솔루션(22.76%)이 20%대 급등세를 나타낼 정도로 시장의 반응이 격렬했다. 코스닥시장의 1, 2위 종목인 에코프로비엠(30.0%), 에코프로(29.98%)도 나란히 상한가에 올랐다.
숏 커버링 매수세에 힘입어 2차전지, 바이오 등 공매도 압력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업종이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시장 전반에 활기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자의 이탈 등 중장기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하면서도 당장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양혜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도의 실효성 논란을 떠나 이번 공매도 금지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시기상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결정 이후 위험 대외 위험요인들이 완화되는 시기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연말까지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될 것이다”고 판단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수급에 의한 자율적인 가격조정이 점차 약해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부터 2024년 6월까지 지수가 다이렉트로 올라가진 않겠지만 최종 레벨은 현 수준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증시 상승세를 반기면서도 다소 떨떠름한 모습이다. 주가 조정기능 등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한 고려 없이 정치권 압박에 떠밀려 공매도 전면금지를 결정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 이날 코스피지수가 5% 이상 급등하면서 단번에 25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치권 영향력이 이번 전면 금지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여론을 의식하며 지속적으로 공매도 이슈를 꺼내든 바 있다. 3일에는 국민의힘 간사인 송언석 의원이 같은 당 원내대변인인 장동혁 의원에게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이 거세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선진적 공매도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지금 상황은 ‘깨진 유리가 많은 골목’이 아니라 유리가 다 깨져 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된 장이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정책 일관성에 대해서도 당분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그 동안 공매도 거래와 관련해 국제적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 언젠가 공매도를 전면적으로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충분한 개선이 이뤄졌다는 태도를 이어왔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