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토큰증권 법안이 국회에서 겉돌면서 2024년 30조 원 규모 '시장 특수'를 기대했던 금융투자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등은 협업을 통해 토큰증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장할 준비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를 겨냥한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
▲ 한국예탁결제원은 토큰증권 시장 출범을 앞두고 발행심사 등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법안 통과가 늦어지며 금융투자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
그러나 큰 틀을 맞춰야 할 법안이 국회 벽에 가로 막힐 가능성이 생기면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앞서 7월28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토큰증권 유통을 기존 증권과 같이 규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법률은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관해서만 증권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통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다.
개정안에는 유통과 함께 장외거래중개 허용안도 담아 시장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토큰증권 시장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일부개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도 회담이 없는 등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토큰증권 법안 통과를 논의하는 것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돼 요건 발행심사 등 토큰증권 사업 준비를 위한 세부 내용 제시가 어렵다”며 “각 증권회사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법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각 증권사는 협업을 크게 늘리는 등 토큰증권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토큰증권을 신사업으로 가장 먼저 승인한 신한투자증권은 토큰증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까지 받았다.
▲ (왼쪽부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9월26일 '토큰증권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B증권 > |
NH투자증권, KB증권 등과도 손을 잡고 인프라 구축, 사업모델 발굴 등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3곳의 거대 증권사가 손을 잡은 배경으로는 비용효율화가 꼽힌다. 각자 준비해 작게 시작하기보다 협업을 통해 비용을 효율화하며 큰 규모로 단숨에 치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토큰증권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토큰증권 발행, 청산 등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카카오엔터 등 협의체를 구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나증권은 웹툰, 예술품 등 기업들과 협업해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기초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토큰증권 법안 통과가 점점 늦어지면 이미 준비를 시작한 각 증권사가 토큰증권에 투입되는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늦게 통과된 법안이 이미 준비를 시작한 증권사의 사업과 배치하게 되면 기존 사업을 수정하거나 새로 시작하는 단계로 또다시 돌아가야 할 수 있어서다.
투입될 비용에 관한 전망을 할 수 없어 당장 모든 사업의 시작 단계인 예산 집행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국내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2024년 34조 원에서 2030년까지 367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