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 들어 임기가 끝난 금융지주 수장들이 대부분 교체가 결정된 가운데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장은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 배경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외국계 은행은 해외 본사 지분율이 100%로 확실한 ‘주인’을 두고 있어 정치권 입김 등 외부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 한국씨티은행은 27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유명순 행장(사진)의 선임을 확정한다. |
26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유명순 행장의 재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유 행장이 다음 행장 유일한 후보이기도 하고 사실상 씨티그룹 본사의 경영정책을 반영해 유 행장이 다음 행장 후보로 추천된 만큼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한국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씨티그룹이다. 씨티그룹은 미국 금융종합회사로 씨티은행해외투자법인(COIC)을 통해 한국씨티은행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앞서 9월12일 본점 이사회실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다음 행장 단독후보로
유명순 행장을 추천했다.
SC제일은행도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종복 행장을 차기 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박 행장은 31일 이사회 승인 과정만 거치면 차기 행장 선임이 확정된다.
박 행장의 다음 임기는 1년이다. 박 행장은 2015년 행장에 선임돼 다음 임기까지 무사히 마치면 꼭 임기 10년을 채우게 된다.
박 행장과 유 행장 모두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지만 최근 금융지주 회장 등이 연임에 잇따라 실패한 것과 비교하면 외국계 은행만의 특수성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당장 주주 구성으로 볼 때 외국계 은행은 본사 그룹을 확실한 주인으로 두고 있는 반면 금융지주는 ‘주인이 없는’ 소유 분산 기업으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SC제일은행의 최대주주는 SC그룹으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4대 금융지주는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민연금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어 정부 정책 기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주요 주주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다른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 SC제일은행은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종복 행장(사진)을 차기 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
국민연금이 올해 초 KT 등 소유분산 기업의 대표이사 선임 등에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국민연금은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분율은 KB금융지주 8.22%, 신한금융지주 7.51%, 하나금융지주 8.06% 등이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지분율 6.36%를 보유해 2대 주주다.
외국계 은행이 금융지주와 비교해 국내에서 벌이는 사업 범위가 작다는 점도 행장 연임 등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이유가 많지 않은 만큼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가운데 회장 임기가 만료된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의 회장이 모두 교체됐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