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0-24 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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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2일(현지시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함께 걷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영업사원 1호’ 행보로 성과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에서 43년 만의 양국 정상 공동성명에 다양한 협력 방안을 담으며 우리 기업들의 현지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기세를 이어 카타르에서도 '제2중동붐'을 일으킬 수 있는 실질적 경제협력을 성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 행사 참석을 끝으로 사우디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카타르로 이동한다. 한국 대통령 최초로 카타르를 국빈 방문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과의 정상회담, 한-카타르 비지니스 포럼 등 일정을 소화한다.
윤 대통령은 카타르 방문을 계기로 한-카타르 협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 국영 통신사 QNA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카타르와 그동안 에너지, 건설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협력 분야를 투자, 방산, 농업, 문화, 인적 교류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카타르에 동행하는 기업들이 현지에서 다양한 사업성과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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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방에서 사우디 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카타르에 동행하는 주요 기업인으로 박승용 HD현대중공업 부사장, 김종서 한화오션 사장, 지동섭 SK온 사장, 구창근 CJENM 대표이사 등이 있다.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번 일정을 통해 카타르가 필요로 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션 등 고부가 가치 선박 수주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국영에너지회사인 카타르에너지는 지난 5일 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과 5조 원 규모의 LNG 운반선 수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사들은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65척 중 54척을 따냈다.
배터리기업인 SK온은 카타르의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사업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는 '카타르 비전 2030'에서 2030년까지 총 전력 수요 가운데 2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카타르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 달성을 목표로 인프라 조성에 나서고 있다.
CJENM도 중동 지역 사업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CJENM은 지난 6일 사우디에서 K-팝 콘서트 'K-콘 사우디아라비아 2023'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우리 기업들이 카타르와 다방면에서 협력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카타르는 지난 6월 우리나라와 한·카타르 투자포럼을 최초로 개최한데다 우리 기업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등 중동의 주요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발간한 '중동 주요국과 경제협력 과제 연구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과 협력이 유망한 분야로 미래에너지, 전기차, 방산을 제시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 만찬에 입장하며 경제인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에서 이미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43년 만에 양국 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한-사우디 공동성명은 모두 44개의 조항으로 구성돼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포괄적 협력 방안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기업과 사우디 공공 투자기금의 공동합작 법인을 통한 사우디 내 조립 방식의 자동차 공장 설립 계약 체결, 우리 기업과 사우디 아람코 간 합작법인을 통해 사우디 동부지역에 건설 중인 조선소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번 성명에서 양국은 상호 투자를 더욱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판단으로 수소경제, 스마트시티, 미래형 교통수단, 스타트업 등 공통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키디야, 홍해 개발, 로신, 디리야 등의 기가 프로젝트와 이에 연관된 인프라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250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 사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수주가 유력해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3일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들이 네옴시티의 터널, 건축 구조물, 항만 등 총 250억 달러 규모 6개 사업의 수주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6개 사업 모두 이르면 올 연말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 수주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사우디 리야드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인프라협력센터를 개소하면서 국내 기업의 중동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 양국 간 식품 및 의료제품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우리 식품 및 의료제품 분야 기업들이 사우디 진출을 모색할 기회가 열렸다.
이에 더해 사우디가 성명에서 사우디 내 해수 담수화, 식수, 송수관로, 하폐수 처리시설, 물 비축 탱크 등 분야의 주요 사업을 한국의 전문기업이 시행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만큼 향후 관련 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23일 사우디 순방에 동행한 경제사절단과 만찬에서 "이번 사우디 순방에서 우리 '팀 코리아'는 156억 달러(약 20조9523억 원) 이상의 수출·수주에 대한 MOU(양해각서)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소중한 마중물"이라고 자평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