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혈액제제시장 재진출에 더욱 공들일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자금줄 역할을 하던 국내 백신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신규 시장 개척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미국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시장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GC녹십자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10월에만 5곳의 증권사가 GC녹십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날도 신한투자증권이 GC녹십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6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낮춰 잡았다.
이외에도 다올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한양증권, 한국투자증권에서 3분기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국내 백신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GC녹십자가 백신 매출 감소와 함께 고수익제품인 헌터라제 등의 판매 감소로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GC녹십자는 ‘백신 명가’로 불릴 정도로 백신시장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백신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점은 GC녹십자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질병관리청의 '2023~2024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지원 사업'에 따르면 GC녹십자는 2022년과 비교해 공급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달 계획에서 가장 많이 공급하는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로 모두 242만 도즈(주사로 1회 투여량)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같은 기간 녹십자는 174만 도즈로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백신, 사노피에 이어 4순위로 밀렸다.
물론 계약단가에서 녹십자는 1도즈당 1만700원으로 가장 높아 물량이 축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백신 조달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앞으로 백신을 통한 수익 확보가 기존보다 쉽지 않아진 것이다.
허 사장으로서는 미국 진출이 더욱 간절해진 셈이다.
특히나 백신과 함께 미국의 품목허가를 진행하고 있는 혈액제제는 GC녹십자의 주요 사업인 만큼 미국 진출에 성공한다면 의미가 크다.
GC녹십자는 2015년 ‘IVIG-SN’ 저농도인 5% 제품으로 허가를 추진해왔지만 2016년과 2017년 2차례에 걸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서류 보완 요청을 받았다.
이후 GC녹십자는 고농도인 10% 제품으로 변경해 현재 품목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주는 사람 혈액 내 액체성분인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해 만든 면역글로불린 제제로 선천성 면역결핍증이나 혈액암 등으로 인한 후천성 면역결핍증,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면역결핍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에 알리글로(미국 제품명)를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
허 사장으로서는 8년여 동안 미국 품목 허가에 매달려온 미국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GC녹십자는 PDUFA(FDA 허가비용 신청자 부담법)를 신청해 미국 FDA에 비용을 지불하고 허가를 빨리 받기 위한 작업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뿐 아니라 GC녹십자는 FDA 품목허가를 받으면 미국에서 직접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판매를 위한 준비도 마친 상태다.
GC녹십자는 이미 미국법인인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직판 체제를 꾸려뒀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미국 FDA에 BLA(품목허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내년 1월까지는 FDA로부터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시장은 13조 원에 이른다. GC녹십자가 진출한다면 매출 확대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국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시장에는 이미 GC녹십자와 동일한 고농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제약사가 7곳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로 꼽히는 그리폴스, 다케다, CLS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혈액제제 생산이 까다로운 데다 미국도 노령화사회로 전환되면서 자가면역 질환 증가 등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글로벌 혈역제제 시장조사기관 MRB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104억 달러(약 1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품목은 높은 마진율을 가진 제품으로 녹십자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