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아세안시장은 한국에서보다 디지털 경쟁자가 훨씬 많다.”
고영경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연구교수는 국내 아시안 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 고영경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연구교수는 25일 열리는 ‘2023 BP금융포럼’에서 ‘아세안 금융시장: 경쟁구도와 성장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아세안시장에는 현지 은행들이 만든 디지털 플랫폼 뿐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이 만든 그랩, 고젝 등과 같은 슈퍼앱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아세안 전문가로 손꼽히는 전문가답게 고 교수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아세안 디지털시장을 공략할 나름의 방책도 제시했다.
“이러한 경쟁구도를 잘 이해해야 하며 이들과 연계된 것을 하든지 이들이 안하는 것을 하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25일 ‘다시 뛰는 K-금융: 아세안시장 안착을 위한 생산적 현지화 전략’을 주제로 여는 ‘2023 BP금융포럼’을 앞두고 19일 서울 세종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고 교수는 발표문을 마지막까지 손질하느라 분주해보였다
고 교수는 이번 금융포럼에서 ‘아세안 금융시장: 경쟁구도와 성장전략’이라는 주제 발표를 진행한다.
고 교수는 아세안 금융시장 환경 속 국내 금융사의 경쟁상대는 누구인지, 이들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펼쳐야 성장할 수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금융포럼에서의 강연할 핵심 내용에 대해 고 교수는 "아세안 디지털시장 공략법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그 시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아세안 시장에 10년간 진출해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제는 아세안에서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아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아세안시장을 둘러싼 지정학적 요인들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아세안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으로 베트남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자원 가격 상승에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가 수혜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아세안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 양상과 국내 금융기관들이 처한 위치도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 교수는 무엇보다 집중을 강조했다.
아세안시장이 잠재력이 커 충분히 개척해 볼만한 시장이지만 현지 금융기관들도 탄탄하고 일본 메카뱅크들도 자리를 잡고 있어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파급력이 큰 상품을 개발해 집중하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뭐든지 하겠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진입은 했으니까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 파악해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아세안을 파악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 교수는 “현지은행, 외국계 은행에 대한 사례를 깊게 연구하면서 우리 은행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고영경 교수는 아세안 현지 사정을 잘 파악해 국내 금융기관이 집중할 수 있는 사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20년 넘게 아세안시장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다.
‘삼프로TV’의 ‘말랑말랑 기업사’를 통해 세계 유명기업의 역사를 전달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고 최근에는 KBS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에 출연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아세안 슈퍼앱 전쟁’ ‘7UPs IN ASIA’ 등 저서도 출간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동남아지역을 전공으로 지역학협동과정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재무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대학 졸업 후 제3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끌려 동남아를 지역학 석사 전공으로 선택한 뒤 말레이시아에서 대학교수로 일한 9년을 포함해 지금껏 20년 넘게 아세안을 연구하고 있다. 재무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뒤에도 아세안 기업을 분석하며 아세안에 대한 연구를 놓지 않았다.
고 교수는 지금도 두 달에 한 번 이상은 베트남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으로 향한다. 계속해서 변하는 아세안시장을 직접 보고 연구하기 위해서다. 여전히 말레이시아 썬웨이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