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폭을 얼마나 키울지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큰 잡음 없이 마무리하고 중기 배당정책까지 발표하며 순조롭게 KT 경영을 안정화하고 있다.
김영섭 사장은 이르면 11월, 늦어도 12월에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KT에 아직 남아있는 ‘순혈주의’를 깨고 ‘이권 카르텔’ 의혹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KT스카이라이프에 따르면
김영섭 사장은 이날 상암동 KT스카이라이프 본사를 방문해 양춘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로부터 간단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영섭 사장은 KT스카이라이프를 시작으로 52개 KT 계열사 대표에게 모두 업무보고를 받는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에 앞서 각 계열사들의 경영상황을 점검하고 계열사 사장단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KT스카이라이프, KT알파, 지니뮤직, KT서브마린, KTCS, KTis, 나스미디어, 플레이디, 이니텍 등 KT 계열 9개 상장사의 대표이사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1년 임기로 선임된 만큼 모두 이번 연말인사에서 재신임 대상에 포함된다.
나머지 43개 비상장사 대표와 함께 본사 임원급에서도 대규모 인사가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섭 사장은 8월30일 임직원들과 대화에서 “경영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개편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관련 작업을 최대한 서두를 것임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말에 인사명단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T는 2018년을 제외하면 임원인사를 직원인사보다 앞서 발표했다.
김영섭 사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상무 이상의 임원급을 대상으로는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KT는 지난해 말 정기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인사 적체가 꽤 진행돼왔기 때문이다.
현재 승진 대기 중인 상무보급 임원만 5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인사에서는 그동안의 KT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출신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T가 약 5개월의 최고경영자(CEO) 공백을 겪었던 것은 정치권으로부터 KT 주요 경영진들이 ‘이권 카르텔’을 구축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KT 내부에 카르텔이 형성돼 특정 하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본인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부실경영을 했다는 것이다.
쟁쟁한 KT 출신들을 제치고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자 LGCNS 대표를 역임한
김영섭 사장이 KT 수장으로 낙점된 것도 KT의 ‘이권 카르텔’ 척결을 맡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김 사장은 이런 기대에 부흥하듯 대표이사에 오른 지 이틀 만에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사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을 보직 해제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이들은 모두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를 받거나 특정 하청업체들에 용역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다.
KT가 근본적으로 이권 카르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랜 순혈주의 문화부터 깰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경쟁사와 비교하면 공채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직 해제된 박종욱 전 사장과 강국현 전 사장, 신현옥 부사장뿐만 아니라 이번에 KT 사내이사로 선임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까지 모두 KT 공채 출신일 만큼 KT 임원 가운데 외부 출신 인사는 많지 많다.
이런 요소는 KT의 체질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었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9월15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업계 관계자 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통신3사 대표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
김영섭 사장은 자신이 외부 출신인 만큼 능력만 있다면 KT 공채 출신이 아니더라도 기회와 자리를 주는 방향으로 인사개편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김영섭 사장은 외부 전문가를 KT에 수혈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김 사장이 올해 8월30일 임직원들과 대화에서 KT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던 IT(정보기술) 부문의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관련 외부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올해 초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김용훈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발탁하고 정석근 전 네이버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 대표까지 영입한 것과 비슷한 ‘깜짝영입’이 KT에서도 진행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KT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최근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의 IT 인력을 영입하는 데 열을 올렸는데 통신사의 다소 보수적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단기간에 퇴사한 인재들도 많다”며 “인재 영입을 위해서는 KT의 경쟁사 대비 낮은 보수와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우선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