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진에 따르면 노 대표는 물류 인프라 투자 및 신규 고객사 확보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한진 고객사였던 쿠팡이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를 설립하면서 기존 택배 물류사에게 맡겼던 배송 물량을 자체 소화하며 점차 외주 비중을 축소하고 있어서다.
노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문은 인프라 투자다.
한진이 2020년부터 투자한 대전스마트메가허브터미널은 2024년 1월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터미널이 가동되면 일평균 택배처리량이 기존 221만 박스에서 288만 박스까지 늘어난다.
단순히 물동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전스마트메가허브터미널은 최신 택배기술이 적용돼 운영 효율도 높다.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화물을 자동으로 판별해주는 인공지능 솔루션과 분류계획, 설비제어, 운영현황 등을 통합 제공하는 택배운영 플랫폼 등이 도입된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상품의 바코드를 카메라로 판독해주는 3D 자동 스캐너와 택배 자동 분류기 등 최첨단 설비 등이 구축된다.
한진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대전 스마트메가허브터미널에 1811억 원을 투자했는데 완공까지 남은 투자금액은 약 990억 원이다.
기존 택배 서브터미널의 자동화 능력 향상을 위한 휠소터(자동분류기) 설치 계획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휠소터는 택배상자를 지역별로 자동 분류하는 장비로 분류작업 시간 단축 및 택배노동자 근로환경 개선의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은 휠소터 등 자동화 기기 설치, 허브 네트워크 활용을 통한 간선 경유지수 절감, 간선 적재율 개선 등으로 운영원가가 절감되는 환경하에서 택배가격 인상효과가 본격화 되면서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봤다.
이 밖에도 차세대 택배시스템인 클라우드 네이티브 시스템 구축 작업도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시스템이 구축되면 각 시스템 별 개발과 배포, 업데이트 등의 유지관리가 수월하고 IT시스템 운영에 유연성과 민첩성이 가미된다.
한진은 2022년 3월 모든 부문의 시스템을 아마존웹시스템(AWS)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이후 클라우드 환경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시스템을 부문별로 순차적으로 구축하는 중이다.
노 대표는 택배 인프라 투자와 함께 영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진은 쿠팡, 블랭크, G마켓, SSG 등 물류 부문 제3자물류(3PL)사업 기존 고객사의 물량을 늘리기 위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제3자물류는 입고, 분류, 배송, 재고 관리 등 고객사의 물류업무 전반을 물류사가 전담하는 것이다.
올해 3분기에는 택배 부문이 11번가, 네이버 등 대형 온라인 유통채널의 배송서비스 물량을 늘렸다. 글로벌 부문도 올해 8월 중국 이커머스발 해외직구 배송물량 월 50만 건을 수주하는 데 성공해 국내 배송단계에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진은 지난해 6월 쿠팡의 배송 위탁물량 감소로 택배 부문의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이커머스 고객사 영업을 강화하며 물동량 회복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공영홈쇼핑, 아모레 등 신규고객을 유치했으며 올해는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과 팀프레시 등 이커머스 고객사 물량을 늘렸다.
CJ대한통운-네이버,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쇼핑 등 ‘확실한 고객’이 될 관계사가 없는 한진은 이커머스 고객사 영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 차례 위탁물량을 줄인 쿠팡의 추가적인 위탁물량 감소 가능성도 남아 있다. 쿠팡은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에 직매입 상품 및 오픈마켓 상품 배송 위탁물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쿠팡이 올해 4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 1469억 원 규모의 자산을 양도하면서 이러한 기조는 한층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달 2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진은 2022년 상반기 기준 월평균 700만 박스의 쿠팡 배송물량을 책임졌으며 쿠팡 물량이 1차적으로 감소한 현재에도 약 350만 박스 내외를 소화하고 있다”며 “이는 한진 물동량의 7% 수준으로 향후에도 쿠팡 자체배송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물동량 감소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3분기 한진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것은 노 대표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진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931억 원, 영업이익 327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2.0%가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33.5%가 늘어났다.
▲ 한진의 택배 부문 사업경쟁력 강화의 핵심은 2024년 1월 개장을 목표로하는 대전 스마트메가허브터미널이다. 사진은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이 2021년 대전 스마트메가허브터미널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한진>
노 대표는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한 항공물류 전문가이다. 2020년 한진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조현민 한진 디지털플랫폼사업본부 및 마케팅 총괄 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한진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투자에 주력해왔다.
한진이 2022년부터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바뀌면서 노 대표는 같은해 6월 중기 사업목표로 ‘비전 2025’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1조1천억 원을 투자해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발표 당시의 2배 수준인 4조5천억 원, 영업이익 2천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이었다.
노 대표는 비전 2025 발표 당시 "급변하고 있는 물류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고객중심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며 “데이터 기반 신규 비즈니스 개발 등 물류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