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이 채권단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추가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채권단 분위기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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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정용석 KDB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장(부행장)은 26일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것은 4천억 원 수준”이라며 “기존 자구안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날 긴급 백브리핑을 열고 한진해운이 25일 제출한 자구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의 자구안 내용을 공개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한진해운의 자구안이 그만큼 미흡했고 채권단 내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우선 대한항공이 2천억 원씩 두 차례 유상증자 형태로 참여해 모두 4천억 원의 신규자금을 한진해운에 지원하는 방안이 자구안에 담겼다.
한진그룹은 자구안에서 “대한항공이 이미 보유한 지분에 대해 무상감자를 할 계획인데 11월 초에 감자효력이 발생한 뒤 유상증자를 진행해 유상증자 시기는 12월 초로 예상된다”며 “나머지 2천억 원의 유상증자는 2017년 7월경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유상증자 이전에 자금을 대여하는 것은 법적제약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12월 유상증자를 하기 전까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을 채권단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진그룹은 이 외에 조건부로 1천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한항공이 지원하는 4천억 원에 채권단이 지원하는 자금을 더하고도 부족할 경우 협의를 통해 한진그룹 계열사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개인적 유상증자 등으로 1천억 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 부행장은 “실사 결과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볼 때 올해 8천억 원과 내년 2천억 원 등 모두 1조 원 수준이고 나쁜 상황을 가정하면 1조3천억 원까지 늘어난다”며 “일반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대한항공의 4천억 원 지원 외에 채권단이 6천억 원을 지원해 줘야 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1천억 원을 한진그룹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마저도 이런 구조라면 채권단이 먼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은 또 대한항공이 보유한 영구채 2200억 원에 대해 출자전환 혹은 이자율 조정을 통해 한진해운의 부담을 덜어주고 미국에 있는 해외터미널 채권 600억 원을 매각하는 방안 등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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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정 부행장은 “사실상 자구안 가운데 1천억 원은 예비적 성격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은 4천억 원뿐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것이 한진그룹의 최종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은행은 26일 오후에 채권금융기관 실무자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추가자구안을 공유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채권단 실무자들 사이에서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신규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작업을 계속할지에 대해 채권기관들에게 의견을 물어 30일까지 한진해운 처리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 안건에 대해 지분율 기준으로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건은 부결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협약채권 가운데 산업은행의 의결권은 60%다. 사실상 산업은행 손에 한진해운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정 부행장은 "지금 산업은행의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면서 "우리의 입장을 채권단에 일방적으로 전하기보다는 각 기관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