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파업의 추동력을 이어가는 데 쉽지 않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23년 만에 현대자동차 노조와 손잡고 동시파업에 나서며 회사의 구조조정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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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
하지만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잠정합의하면서 강력한 '우군'을 잃은데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연대파업도 불투명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가 임금협상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투쟁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현대차 노조는 7월부터 수차례 동시파업을 벌이며 구조조정에 반발하고 임금협상을 압박해왔다. 연대투쟁을 통해 파업에 서로에게 힘을 실어줬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 타결로 파업을 그만두게 될 경우 현대중공업 노조는 나홀로 구조조정에 맞서 싸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3사 노조와 함께 연대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실제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24일 파업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결정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임금과 단체협상에 대한 행정지도 명령을 받아 회사와 당분간 교섭을 이어가야 한다.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 기간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의 연대파업에 동참하게 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애초 25일 현대중공업그룹 3사 노조 간부들과 상경투쟁을 하기로 했으나 내부적인 문제로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다른 조선사들과 연대파업에 나서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다. 각 조선사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9월 초에 노조위원장 선거를 진행하는 등 노조집행부가 바뀌는 시가라 현실적으로 조선사 연대파업에 참여하기 힘들다.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경영진을 비리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여론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현재 임단협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여름휴가 직후인 16일부터 임단협 1차 교섭을 시작했는데 회사와 실무교섭을 병행하며 교섭에 집중해 당분간 투쟁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 내부의 파업 참가율도 노조의 기대만큼 높지 않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7월20일 처음으로 파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전체 조합원의 10%가량인 1500명 정도만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노조가 100%에 가까운 파업참여율을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후 몇 차례 파업을 더 이어갔지만 파업참여율이 여전히 10%대를 밑돌아 생산차질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