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그룹에게 순환출자 해소가 발등의 불처럼 시급해 해결할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추진할 경제민주화 입법과제 가운데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강제하는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그룹들은 처해있는 형편이 달라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충격의 강도도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지배력 유지의 근간으로 삼고 있어 가장 다급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그룹들은 어느 정도 여유를 안고 있다.

2014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기존 순환출자도 꾸준히 줄어들어 이미 80% 가까이 해소된 데다 순환출자 해소 유예기간이 3년가량 주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 3년 안에 남아있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또 원샷법 시행에 따른 지주회사 전환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 상향 등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떠오른다.

◆ 롯데그룹, 순환출자 가장 많아

공정거래위원회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기업집단 가운데 8곳이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 해소 강제할까 초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67개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삼성그룹과 영풍그룹(7개),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산업개발그룹(4개), 현대백화점그룹(3개) 등이 다수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림산업그룹도 한개의 순환출자고리를 유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대국민사과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 가겠다고 밝혔다. 그 뒤 신 회장이 358억 원, 호텔롯데가 1008억 원을 들여 계열사 지분을 사들였다.

그 결과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 416개에서 349개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대기업집단 순환출자고리 가운데 71.3%를 차지했다.

다만 롯데그룹의 순환출자는 그룹 지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소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장 롯데쇼핑이 보유한 대홍기획 지분 34.0%(장부가액 288억 원)과 롯데리아 지분38.68%(장부가액 1129억 원)을 매각하면 남아있는 순환출자고리 가운데 44개가 해소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재벌의 순환출자현황과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롯데그룹 순환출자 해소는 지배주주 의지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해소가 가능하다”고 파악했다.

다만 롯데그룹이 최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호텔롯데 상장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 순환출자 해소의 변수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상장해 순환출자 해소 비용을 마련하려고 계획했기 때문이다.

영풍그룹과 대림산업은 순환출자를 해소해도 지배주주 지분이 5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강제된다 해도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 지주회사 전환 불가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 등 3곳은 롯데그룹과 달리 순환출자가 지배구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현대차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 해소 강제할까 초조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이 크게 떨어져 경영권이 불안해진다.

정 회장 부자가 지분을 모두 사들이려면 적어도 4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른 계열사로 지분을 넘기려고 해도 새로운 순환출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마저도 어렵다.

경제개혁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 전체 소유구조를 전체적으로 재편하지 않는 한 지분매각을 통한 순환출자 해소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산업개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현대산업개발→현대EP→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종이 한계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원샷법에 따른 사업구조개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 장벽이 다소 낮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대기업집단 기준이 10조 원으로 상향되면서 내년부터 아예 순환출자 제한 규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 삼성그룹, 순환출자 해소 1조8천억 필요

삼성그룹과 현대백화점은 순환출자를 해소하면 지분이 30% 안팎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다소 지배력이 약화한다고 볼 수 있지만 우호지분과 자사주를 고려하면 경영권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물산에서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2.11%, 삼성전기 보유 지분 2.61%, 삼성화재 보유 지분 1.37%을 처분하면 순환출자고리가 사라진다. 약 1조8천억 원 규모의 지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이를 인수하지 못하고 외부로 매각할 경우 지배주주 지분은 31.17%로 낮아진다. 하지만 우호주주인 KCC 지분 8.87%와 자사주 13.83%를 더하면 과반 지분이 넘어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도 순환출자를 해소하면 현대백화점에 대한 정지선 회장 등 지배주주 지분이 31.77%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자사주로 보유한 지분 2.61%, 국민연금이 소유한 지분 9.36%를 감안하면 다른 기업과 비교할 때 지배력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지배구조가 취약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