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3-09-22 15: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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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초 증권가에 번졌던 주주행동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사모펀드 뿐만 아니라 대주주 슈퍼개미까지 나서 주주환원 목소리를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말로 갈수록 내년 초 정기 주주총회를 겨냥한 행동주의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어 전과 같은 폭발력을 갖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주주행동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구심점 역할을 맡은 '전봉준 개미'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최근 주주행동주의에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CGI는 지난 20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공모펀드인 ‘KCGI ESG 동반성장펀드’를 출시했다.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본래 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초과수익률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KCGI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으나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 가운데 대주주의 편취나 낮은 배당 등 지배 구조 문제를 해소하면 주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하여 투자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호적인 주주 제안에서부터 가처분 신청과 위임장 대결 등 공격적인 수단의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앞서 KCGI는 13일 ‘한국, 미국, 대만, 일본 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주주환원율 최하위’라는 제목의 자료를 발간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주주행동주의 펀드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꾸준히 지분을 모으며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로 오른 김기수씨가 20일 지분투자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한다 공시하며 행동주의를 예고했다.
김씨는 공시에서 “회사의 주주로서 좀 더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 있어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 목적에서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표의 배임 혐의로 올해 4월 거래가 정지되는 등 구설수에 오른 비료업체 대유에도 조남일씨가 2대 주주로 등장해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행동주의의 파급력은 연초보다 못한 상황이다. 당시엔 행동주의가 예고된 종목들은 으레 주가가 급등하곤 했으나 현재의 경우 다올투자증권 주가는 20일 1.61% 소폭 상승했으나 21일에는 6.92% 하락마감했다.
연초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들이 희망과 연대감을 자극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이 동조했다. 그러나 이후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되는 등 행동주의가 실패로 돌아간 뒤론 사모펀드들이 비교적 잠잠해지자 개인투자자들의 ‘부푼 기대감’은 실망으로 변했다.
일부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행동주의의 저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동주의 예고로 주가를 띄운 뒤 자기들만 이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날 한 인터넷 주식종목 토론방의 DB하이텍 관련 게시글에선 ‘KCGI 믿지 마라 개미들 등쳐 먹는다’, ‘강성부는 이미 먹을만큼 다 먹어서 배가 부르다’, ‘3월에 들어온 강성부 하는게 대체 뭐냐’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강성부 대표에 대한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KCGI가 '개미들의 적' 공매도 세력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강 대표에 대해 ‘공매의 든든핫 뒷배, 다른 계좌로는 공매 쳤을 거다’, ‘공매 주범이다’는 등의 댓글도 일부 있었다.
김씨에 대해서도 ‘7월엔 오히려 다올 쪽에 자기 지분 인수해달라고 했다던데’, ‘자기가 물리니까 주가 띄우려는 거 아니겠나’ 등 볼멘 여론이 포착된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가 테마성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의미를 지니기 위해선 군불만 지피고 단기에 차익을 실현하는 형태가 아닌 지속 실현 가능한 주주환원책 및 지배구조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 권리 강화 또는 주주 가치 제고라는 대의로 가려진 이기적인 모습을 경계해야 한다”며 “단기 수익률, 운용사 홍보 및 운용자산 확대 등을 위해 근시안적인 의사결정 종용 시 중장기 기업 경쟁력 후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가 용두사미에서 대기만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시기다”며 “단순 이의제기, 무리한 요구보다 책임성, 투명성, 주주권리 강화 등 높은 수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