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통해 민영화 ‘4전5기’에 성공하기 위해서 관치금융 가능성을 차단하고 향후 실적에 대한 신뢰를 보여줘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3일 “매각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우리은행은 과점주주 중심의 경영을 통한 실질적 민영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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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우리은행 지분을 4% 이상 산 주주에게 사외이사 선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과점주주는 사외이사를 통해 은행장 선임 등 경영권 일부를 행사할 수 있다.
우리은행 지분 4~6% 미만을 매입한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임기 2년을, 6~8%를 사들인 주주가 선임한 사외이사는 임기 3년을 보장받는다.
공자위는 예금보험공사에서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48.09%(콜옵션 이행용 2.97% 제외) 가운데 30% 안팎을 과점주주당 4~8%씩 쪼개서 팔기로 했다. 이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면 과점주주 4~8명이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즉시 과점주주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겠다”며 “이들이 중심이 되어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모범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자위도 매각대상인 우리은행 지분 전량을 파는 즉시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도 해지해 과점주주 중심의 경영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지주가 ‘KB사태’ 이후 경영진의 독립성을 확보해 관치금융의 가능성을 차단한 적이 있다”며 “이번 우리은행 지분매각안도 KB금융과 같은 요건을 충족할 여지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 지분매각이 성공해도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지분 21%가량을 보유한 대주주로 남는다.
예금보험공사는 경영정상화이행약정을 해지한 뒤에도 지분관리 차원에서 별도약정을 체결해 비상임이사 1명을 추천하기로 했는데 이 대목이 경영자율성과 관련해 논란으로 부상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등 정부에서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금융기관조차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어야 이번 지분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향후 실적과 자본적정성에 대한 전망도 과점주주를 모으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자위가 이번 매각을 결정한 데에도 우리은행의 상반기 실적호조로 투자자를 모으기 쉬워졌다는 계산이 영향을 줬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순이익 7503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1%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6월 기준으로 보통주자본비율 8.8%에 머무르고 있다. 신한은행(12.1%), KB국민은행(13.93%), KEB하나은행(13.31%) 등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통주만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전체 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가장 보수적인 자본적정성 지표다. 배당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이 조선·해운업종의 한계기업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비교적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점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 등 자체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9월 말까지 보통주자본비율을 9%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기업구조조정에 대비한 충당금도 충분히 쌓아둬 향후 순이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