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여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가능케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현직특혜’ 논란 속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일정을 고려하면 공은 사실상 다음 국회로 넘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2020년 1월31일 24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을 때 소감을 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제 410회 정기국회 법사위 제3차 전체 회의에서도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가능케 하는 농협법 개정안은 논의되지 않는다.
농협법 개정안은 5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에 5달째 머물러 있다.
주요내용으로는 △농협중앙회장 연임 한 차례 허용 △단위조합의 비상임 조합장 연임 두 번으로 제한 △중앙회 및 지역조합 준법감시인 1명 이상 임명 등 내부통제 강화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향 등이 있다.
대부분은 농협 개혁 방안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여야 사이 이견이 크지 않았다. 다만 현직을 포함한 농협중앙회장이 연임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직 회장에 소급적용되는 연임제 도입이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을 위한 것이며 농협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국회 밖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금융노조는 12일 성명을 내고 “과거 농협중앙회장은 연임이 가능했지만 역대 연임자 비리나 권력 남용 등 문제가 불거져 단임제를 도입했다”며 “과거 폐해에도 연임제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이며 특히 현
이성희 회장에도 적용되는 것은 특혜다”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장 단임제는 연임제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1988년 직선제 도입 뒤 연임한 중앙회장 4명 가운데 3명이 배임과 횡령, 뇌물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반면 정책 연속성 확보를 위해 연임제 도입은 필요하다며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종합농업인단체협의회 등 32개 농업인 단체는 11일 “개정안은 농협의 자율성과 자치성을 확립하기 위한 조직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며 “농축산업 지속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며 정책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임제 도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연임제 회귀에서 비롯하는 부정부패 우려는 개인의 문제로 조직차원의 단임제로 벌어지는 조직 차원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열쇠를 쥔 것은 국회 법사위다. 다만 법사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이성희 현직 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내보이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23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연임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에는 긍정적이다”면서도 “이 법이 이렇게 되면 ‘위인설법’ 논란에 빠질 수밖에 없고 현 중앙회장의 연임을 위해 모든 것이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오히려 회장이 연임하기 위한 위인설법과 같은 표현도 있지만 큰 틀에서 농협이 연임제로 다시 가서 옛날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을 누가 할수 있겠느냐”며 “계류시켜서 추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여당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해수위에서 5달 동안 논의를 거친 법안인 만큼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는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것이 맞다”며 “위법한 것이나 위헌적 요소가 없다면 상임위 또는 농협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대로 처리해 주는 것이 맞다”고 바라봤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지역농협에서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아주 개혁적 내용이 담겼고 준법감시인과 관련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며 “연임 여부도 농해수위에서 치열한 논쟁과 숙의를 거쳐 왔을 것이기 때문에 존중의 의미로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제외하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박용진 의원도 이런 뜻을 내보였다.
그는 “법안은 다 통과시키고 현 회장이 출마하지 않겠다, 그러니까 나는 농협의 개혁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는 물러나겠다고 이야기하면 이 모든 논란과 의심은 사라질 것이다”고 바라봤다.
다만
이성희 회장과 농협은 최근 별다른 의견을 내놓고 않았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총선 전 마지막 정기회 일정은 12월9일까지로 여야가 극적 합의에 다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법사위에서는 9월에만 이미 전체회의만 3번이 열렸고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잡혀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그 뒤로는 통상적으로 몇 달 남지 않은 총선 대비 체제로 돌입한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