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8-30 14: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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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2024년도 예산안 편성을 발표하면서 '예산정국'이 시작됐다.
이번 예산안은 2005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낮은 예산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앞세우며 허리띠를 한껏 졸라맸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연구개발(R&D)과 오염수 대응 등 써야하는 부분에 제대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심의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30일부터 2024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이틀간 종합정책질의에 돌입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전날 2024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2.8% 증가한 656조9천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상승률을 3.5%, 내년 물가상승률을 2.4%로 예상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감축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여러 부분에서 예산이 감소됐다.
예산이 감액된 분야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카르텔’을 언급한 정부 R&D 예산 투자 예산이다. 25조9천억 원이 편성돼 전년(31조1천억 원)보다 5조2천억 원이나 줄었다. 국토교통부의 미래혁신분야 예산도 올해 1조5천억 원에서 1조2천억 원으로 3천억 원 감액됐다.
고용노동부의 예산 가운데서도 정부가 개편을 검토한 실업급여 예산이 2천억 원 정도 축소됐다. 노조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전면 폐지됐으며 사회적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3천억 원 정도 삭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새만금 SOC사업 예산도 큰 폭으로 감액됐다. 당초 부처별 반영예산 규모는 6626억 원이었으나 기재부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그보다 78%나 삭감된 1479억 원만 반영된 것이다.
국토부는 주거안정 예산을 2023년보다 약 4조1천억 원 증액해 주택구입 및 전세 보증금 대출 지원을 강화한다. 가덕도신공항과 수도권광역철도(GTX) 사업에는 각각 5363억 원, 7247억 원을 배정했다.
고용부의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인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은 올해 296억 원에서 내년 339억 원으로 확대됐다. 임금정보시스템 구축 등 임금체계 개편 관련 예산도 늘렸다.
보건복지부 예산은 올해보다 13조2708억 원 증가했는데 늘어난 예산의 대부분인 12조5954억 원이 사회복지 예산으로 편성됐다.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등을 집중 지원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자복지' 정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액 관련 예산(1조6천억 원)과 장애인 돌봄 서비스 예산(4천억 원)이 증액됐다. 또 노인일자리 사업도 확대해 역대 최고 수준인 103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당도 6년 만에 월 2~4만 원 인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외교부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역대 최대인 6조5312억 원까지 늘렸다. 특히 우크라이나 관련 예산이 올해 629억 원에서 2024년 5200억 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2024년도 예산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예산안 편성을 두고 “지난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를 배격하고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며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예산과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히 삭감했고 23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이번 예산안을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예산 바로잡기’라고 평가하며 힘을 실었다. 정부 예산이 원안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과거 정부가 습관적으로 해오던 국채 발행과 예산 풀기를 과감히 배제하고 대한민국 경제를 튼튼히 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예산편성에 목표를 두었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건전재정과 민생예산이라는 목표를 두고 예산안 심사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파행을 거듭한 끝에 당초 정부안이 4조6천억 원 감액되고 민주당 요구예산이 3조9천억 원 증액된 바 있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월30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특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예산과 새만금 SOC 예산, R&D 예산 감액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오염수 방류 관련 예산으로 7300억 원을 잡아둔 것과 관련해 “이 예산으로 피해 국민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정부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기국회 예산과 입법을 통해 실질적으로 수산업계 피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앞장서고 주도하겠다”고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만금 예산에 대해서는 “잼버리 사태 파행 책임을 전북에 화풀이하는 것이 아니라면 예산을 80% 가까이 깎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냐”며 비판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세계가 R&D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고 세계 질서와 삶의 형태 자체가 요동치는 특이점 속에서 R&D 예산 삭감은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정기국회 기간 철지난 이념과 초부자 감세로 얼룩진 정부 예산안을 바로잡고 국가 미래와 민생을 준비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브랜드 정책인 지역화폐 예산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사업은 2024년도 예산안에서 제외돼 있다.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에서도 지역화폐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가 민주당의 반발로 3525억 원을 편성한 바 있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정부 예산안 총규모를 늘려야한다는 기조는 아니다”면서도 “세부 사업들을 면밀히 살펴서 정말 예산감소가 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늘릴 부분은 늘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R&D 예산 감액은 문제점이 많아 심사 과정에서 수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양평 고속도로도 백지화했으면서 예산이 반영된 부분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