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버릴 때도 슬리퍼 안 신어", 폭염에도 바뀌지 않는 유럽 문화

▲ 극심한 폭염에도 에어컨이나 얼음물에 의존하지 않고 슬리퍼조차 신지 않는 유럽인들의 생활방식이 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이탈리아의 한 분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남자.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극심한 폭염에도 유럽인들이 더위를 나는 옛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인들은 기후변화 이슈에 민감해 더워도 에어컨이나 얼음물에 의존하지 않고, 격식을 중시해 슬리퍼 등 가벼운 복장을 여전히 기피한다.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폭염을 대처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미국과 유럽의 문화 차이를 취재한 기사를 보도했다.

미국인 틱톡 크리에이터(영상 제작자) 클로에 매디슨은 그녀의 남자친구 콜린 피넬로와 함께 유럽으로 관광을 떠나 하루는 이탈리아 지중해 연안 도시 포지타노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으로 나온 식전주(식사 전에 가볍게 마시는 술)와 파스타는 훌륭했지만 두 사람은 타는 듯한 더위에도 얼음물을 내주지 않는 레스토랑을 보며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

클로에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유럽에서는 항상 물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며 “심지어 얼음물을 부탁했을 때는 얼음이 겨우 몇 조각 들어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얼음을 넣은 커피조차 팔지 않으며 유럽인 대다수가 식전주를 비롯한 주류에도 얼음을 넣는 것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에는 “미국인과 유럽인들은 폭염을 나는 방식이 너무 달랐다”며 “미국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얼음이나 에어컨 등)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특히 많은 유럽인들은 극심한 더위를 겪으면서도 가정에 에어컨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 따르면 에어컨 보유율은 미국 가정이 89%인 데에 반해 유럽 가정은 19%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의 가옥은 전통적으로 더위에 알맞은 구조로 설계돼 상대적으로 시원한 데다 평균적으로 미국인보다 기후변화에 관심이 높은 유럽인들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탈리아 틱톡 크리에이터 룬디넬리 휴이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한낮에는 문을 닫아 더운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아침에 열어 차가운 공기를 들여놓으면 된다”며 “어차피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조금 더운 것은 그냥 감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유럽인들은 복장에서도 미국인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더위에 맞서 옷차림을 최대한 가볍게 하는 미국인들과 달리 유럽인들은 언제나 상황과 장소에 맞는 복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호텔 매니저를 하고 있는 스테파노 로디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탈리아에서는 쓰레기를 내다 버릴 때도 사람들이 잘 차려 입는다”며 “바깥에 나갈 때 슬리퍼를 신고 나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레스토랑과 관광명소들은 외국인 손님들이 복장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입장을 거부하는 일도 많다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