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14일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KB금융 '2023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윤종규 회장과 부회장 3명을 비롯 경영진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 3번째부터) 이동철 부회장, 양종희 부회장, 윤 회장, 허인 부회장. < KB금융> |
[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그룹 다음 회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양종희,
이동철,
허인 부회장 3명이 올해 새로 부여받은 업무에서 단단한 성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3명은 오랜 기간 운영된 CEO 승계 프로그램 안에서 그룹의 주요업무를 서로 바꿔가며 두루 경험했다.
이에 따라 올해 거둔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나 앞으로 제시할 그룹의 비전 등이 2차 숏리스트 결정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KB금융에 따르면 현재
양종희 부회장은 개인고객과 WM(자산관리)·연금 SME(중소상공인)부문,
이동철 부회장은 디지털과 IT부문,
허인 부회장은 글로벌과 보험부문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2022년에는
허인 부회장이 개인고객과 WM·연금 SME부문,
양종희 부회장이 디지털과 IT부문,
이동철 부회장이 글로벌과 보험부문을 맡았는데 올해 1월 서로 역할이 바뀌었다.
상반기 바뀐 업무에서 성과를 보면 3명 부회장의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KB금융은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며 지난해 신한금융에 내준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았는데 특정사업이 아닌 전 사업부문의 안정적 성장에 힘입어 1위를 탈환한 것으로 평가된다.
◆ 허인 부회장 보험부문 순이익 확대, 글로벌사업도 힘 받아
그 가운데서도 순이익 확대에 크게 기여한 사업을 들라면 허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보험부문이 꼽힌다.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은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7409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458억 원(24.5%) 늘었다.
KB금융은 연결기준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2조670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9967억 원으로 3262억 원(12.2%) 증가했다.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이 전제 증가분의 절반(45%)가량을 책임진 셈이다.
이에 따라 KB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22.3%에서 올해 상반기 24.7%로 2.4%포인트 높아졌다.
허 부회장이 이끄는 글로벌부문 역시 상반기 향후 사업 확대를 위한 여러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코로나19 이후 금융당국의 해외시장 확대 기조에 발맞춰 글로벌사업을 추진했다.
윤종규 회장도 부지런히 해외를 누비며 해외사업에 직접 힘을 실었다.
윤종규 회장은 6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최대 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해외사업과 보험사업을 동시에 강화하기도 했다.
◆ 이동철 부회장 고객 중심 ‘No.1 금융플랫폼’ 과제 이상무
이동철 부회장이 이끄는 디지털 IT부문도 상반기 단단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은 올해 들어 실적발표 자료에 매번 디지털사업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1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디지털 전환’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함께 주목해야 할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꼽은 데 이어 2분기 실적발표 자료에는 ‘No.1 금융플랫폼 추진’ 성과만을 별도 페이지로 만들어 소개했다.
KB금융 전체 플랫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분기 말 기준 2434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말보다 28.2%(535만6천 명) 증가했다.
지난 1년 KB스타뱅킹의 월간활성이용자수가 1005만1천 명에서 1152만 명으로 14.6%(146만9천 명)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동안 KB페이 월간활성이용자수가 366만9천 명에서 699만7천 명으로 90.7%(332만8천 명) 뛰며 전체 증가률을 끌어올렸다.
KB금융은 상반기 금융과 통신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앱 플랫폼 ‘KB리브모바일 앱’도 새로 출시했다.
리브모바일은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서비스로 지속해서 고객 수가 늘고 있다.
리브모바일 회선수는 지난해 6월 말 31만6천 개에서 올해 6월 말 41만6천 개로 1년 사이 31.6%(10만 개) 증가했다.
◆ 양종희 부회장 퇴직연금시장 확대, ‘KB스타클럽’도 13년 만에 전면 개편
양종희 부회장은 최근 금융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연금부문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3조64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6.8%(2조1342억 원) 늘며 퇴직연금시장 1~3위 금융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적립금 1위인 삼성생명은 0.7%(3010억 원), 2위 신한은행은 4.9%(1조7299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상품 첫 설정 이후 6월 말까지 출시한 7개 상품 가운데 4개 상품에서 10% 넘는 수익률을 내는 등 디폴트옵션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이 전통적 강자로 꼽히는 개인고객부문 역시 고금리시대 수익성을 개선하며 리딩금융 탈환에 크게 기여했다.
KB금융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2.10%로 직전 분기보다 0.06%포인트 개선됐다.
KB금융은 상반기 개인고객사업에서 더 많은 고객들이 우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그룹의 개인 고객 멤버십 제도인 ‘KB스타클럽’을 13년 만에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 부회장 3명 그룹 주요업무 두루 경험, 누구도 장담 못하는 2차 숏리스트
2차 숏리스트는 1차와 달리 부회장 3명 모두 자리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9일 면접을 통해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하는데 이 안에 외부인사가 한 명이라도 포함된다면 부회장 3인 가운데 한 명의 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성과로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만큼 결국 단기 성과보다는 그동안 장기 성과나 29일 치러지는 면접 등이 2차 숏리스트 포함 여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각 부문이 거둔 성과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적으로 추진돼야만 나올 수 있는 결과라는 점도 단기 성과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KB금융은 부회장 3명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했는데 그룹 주요 업무를 두루 경험하게 하기 위해 이들의 업무를 자주 바꾸었다.
양 부회장은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뒤 2020년 말 인사에서 가장 먼저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2021년 지주 보험부문장과 글로벌부문장을 맡고 지난해 디지털부문과 IT부문을 이끈 뒤 올해 들어 개인고객과 WM·연금 SME부문을 새로 맡았다.
이 부회장은 KB국민카드 대표 시절 지주 개인고객부문장을 역임했고 2021년 말 부회장 승진과 함께 글로벌과 보험부문을 담당하다 올해부터 디지털과 IT부문을 이끌고 있다.
허 부회장은 국민은행장 시절 지주 디지털부문장을 겸직했고 2021년 말 부회장 승진 뒤에는 개인고객과 WM·연금 SME부문을 이끌다 올해부터 새로 글로벌과 보험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KB금융 회장 선임을 위한 1차 숏리스트에는 부회장 3명과 함께 내부인사인 박정림 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겸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외부인사 2명 등 모두 6명이 올라있다. 회추위는 외부인사 2명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현재 단계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회추위는 1차 숏리스트를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외부 후보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 회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충분한 후보자들”이라며 “내외부 후보 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