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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지난달 14일 경기도 용인시 한화생명 연수원에서 열린 '2016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주요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저금리에 대응해 해외투자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차 사장은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책임준비금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도 해외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한화생명은 2분기에 금리 하락세가 진행 중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자산을 훌륭하게 투자했다”며 “해외유가증권 비중을 키우는 등 액티브한 자산배분을 통해 채권 수익률의 차이(스프레드)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생명은 7월에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인도네시아법인을 통해 현지의 장기국고채도 매입하기로 하는 등 해외유가증권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생명은 2분기 기준으로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15.4%를 해외유가증권(주식·채권 등)에 투자했다. 이 비율은 1분기보다 1.9%포인트 오른 것이다.
한화생명이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한 금액도 5월 기준 11조9852억 원에 이른다. 교보생명(9조9545억 원)과 삼성생명(9조9236억 원)을 제치고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생명보험회사들은 저금리의 장기화와 금융당국의 자본규제 강화 때문에 금융자산을 팔아 이익을 방어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힘들다”며 “한화생명도 수급을 거두고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도 연장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 사장이 저금리로 한화생명의 주요 투자자산이었던 국내 채권금리의 하락을 겪자 해외투자의 비중을 높여 운용자산수익률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1월 다보스포럼에서 “저금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해외투자의 비중을 12%에서 16%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해외투자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국내 채권금리는 국고채 10년물 기준으로 1.40%인데 1분기보다 0.4%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해외 채권은 국내 채권보다 만기가 비교적 길고 금리도 높아 수익성이 더 좋다.
한화생명은 고정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을 이전에 많이 판매한 탓에 저금리에 따른 타격도 크다. 이 때문에 운용자산수익률을 더욱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고정금리 확정형 상품은 한화생명에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적립한 책임준비금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채 부담이율도 2분기 기준으로 4.9%에 이른다.
한화생명이 2분기에 운용자산수익률 3.9%를 낸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에서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수익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보다 적어 손실을 입는 역마진이 발생한 셈이다.
차 사장은 한화생명에서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와 신지급여력(RBC)비율제도 도입에 대비해 자본을 크게 확충해야 하는 점도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계기준 2단계과 신지급여력제도는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책임준비금을 계산할 때 보험계약 당시의 금리(원가) 대신 현재의 시장금리(시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화생명은 두 제도의 도입에 따라 책임준비금 10조 원 정도를 추가로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수 있고 새 회계기준 도입 등 자본규제 강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며 “한화생명은 상장한 생명보험사 가운에 가장 높은 역마진 부담을 짊어지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