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반드시 빠른 시일 안으로 HMM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SM그룹의 우오현 회장은 HMM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보였다. 동원그룹, 하림그룹, LX그룹은 투자설명서(IM)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포스코그룹, 현대차그룹, CJ그룹 등 대기업이 HMM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기업들은 인수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줄곧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재계에서 인수 의향이 있으면서도 막판까지 인수설을 부인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HMM 매각은 산업은행,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이다. 단순히 한 기업의 매각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흥망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수 기업의 의향이 가장 중요하지만 산업은행과 정부의 의지도 매각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이, 정부가 원하는 HMM 인수 후보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이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시계를 좀 앞으로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
HMM의 매각 이야기를 시계열로 잘 살펴보다 보면 떠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다. HMM 주가의 전고점은 5만 원대지만 현재 주가는 2만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최대 이익으로 회수하려고 했다면 왜 HMM의 기업가치가 가장 높게 평가받고 있던 그 때 매각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실제로 이미 2021년부터 산업은행을 향해 하루빨리 HMM을 매각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지기도 했었다.
산업은행이 그 길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산업은행과 정부의 목적이 HMM을 비싸게 팔아 차익을 많이 남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목적은 반드시 국적 대형 컨테이너 선사를 살려놓는 것이다. 국적 대형 컨테이너 선사의 필요성은 코로나19가 초래한 글로벌 물류 대란을 거치면서 이미 증명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HMM의 매각 가격이 오히려 너무 비싸면 안 된다. 인수자가 너무 비싼 가격에 HMM을 샀다가 소위 ‘승자의 저주’에 빠지면 오히려 한국 해운 재건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HMM이 격랑의 해운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계속해서 컨테이너 선복량을 늘리는 방법도 있고, 종합물류회사로 거듭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HMM에게는 반드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충분히 많기는 하지만 초대형 글로벌 선사들의 움직임을 보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업은행과 정부에게 필요한 인수후보는 그냥 HMM을 비싼 값에 사갈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 HMM을 인수한 뒤에도 HMM에게 꾸준히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기업들 가운데 어떤 기업이 HMM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지 윤곽이 보일 수 있다.
현재 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는 SM그룹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HMM을 인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MM의 매각가는 비싸게는 약 8조 원, 싸게는 4조~5조 원 정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SM그룹이 이 정도의 돈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오현 회장이 HMM을 사겠다고 이야기하면서도, 4조5천억 원에서 단 한 푼도 더 낼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어떻게든 자금을 융통해서 HMM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SM그룹이 HMM을 인수한 뒤에 추가적으로 여기에 자금을 더 넣을 여력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 해운산업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산업은행과 정부로서는, SM그룹에게 HMM을 넘기는 건 어쩌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다음은 현대차그룹이다. 먼저 현대차그릅과 HMM의 사업적 시너지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보인다. HMM의 주력사업인 컨테이너 사업과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송사업은 크게 겹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차그룹 인수설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현대글로비스와 관련된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MM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역시 걸리는 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의욕적으로 연구개발, 공장 건설 등에 투자하고 있는 곳이다. 당장 전기차 투자를 위해 자율주행 투자를 멈춰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에, HMM 인수에 수조 원이 넘는 돈을 쓰기란 쉽지 않아보인다.
물론 HMM이 현금성 자산만 5조 원, 유동성 자산을 모두 합치면 무려 15조 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기업이긴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지금 당장 투자가 급한 기업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사업적 시너지로 본다면 현대차와 비슷하다. 철강을 옮겨야 하긴 하는데, 철강을 컨테이너로 옮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포스코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물류회사 출범 역시 좌절된 만큼, 굳이 지금 상황에서 HMM을 인수할 필요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까 이야기했던 정부와 산업은행의 관점에서 한번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포스코그룹은 정부의 입김이 상당히 센 기업이면서 현금 흐름도 좋다. 사업적으로도 오히려 HMM 입장에서는 컨테이너선 매출 비중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종합물류회사로 한 발 나아가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포스코그룹이 HMM을 인수하기를 원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CJ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만약 HMM이 종합물류회사로 나아갈 길을 찾고 있다면 CJ그룹만큼 완벽한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 최대의 물류회사, CJ대한통운을 계속해서 키워가고 있는 곳이 바로 CJ그룹이기 때문이다.
만약 HMM이 종합물류기업이 아니라 그냥 해운회사로 남아있는다고 하더라도 육상물류회사와 해운회사의 사업적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이 물류사업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보기에 상당히 매력적 인수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CJ그룹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CJENM, CJCGV같은 핵심 계열사가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HMM을 인수할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HMM 매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만약 이 말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곧 HMM의 새로운 주인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HMM이 맞서야 할 글로벌 해운업계의 풍랑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이 풍랑에 맞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HMM에게 좋은 주인이 나타나야 한다.
다음 영상에서는 HMM이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맞이하게 될 파도와, 그 대응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윤휘종 기자
한진해운 넘어질때 설마했다.
한진 없어진후로 얼마나 손실이 나는지 감이나 잡는지 모르겠다.
한진 같은 인프라를 다시 구축 하려면 얼마의 자본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세계로 향하는 한국 유일한 해운회사가 없어지면 한국 모든 수출/수입정보를 외국에 고스란히 주는격인데 해마다 손실이 얼마나 불어나는지 감이나 잡는지 모르겠다.
(2023-08-29 05:57:39)
산업은행이랑 정부가 HMM을 비싸게 팔아서 차익을 많이 남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팔았다? 기자님 진심이세요? 그런 인간들이 CB전환 해서 주가 희석시키고 회사 가치 떨어트리고 현 주가까지 가만히 냅둡니까? 자 그럼 이제는 나머지 CB도 전환해서 현재보다 더 싸게 팔게 생겼는데 이건 괜찮아요? (2023-08-08 15: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