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홍수’  잦아지고 가뭄 더 심해진다, 연구진 "기온 상승이 극단기후 가속"

▲ 집중호우 등 극단기후 현상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7월 깜짝 홍수로 침수된 미국 버몬트주 주도 몬트필리어시.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극단기후, 특히 집중호우가 세계 곳곳에서 지금보다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뭄은 더 건조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의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은 기온 예측용으로 개발돼 지역별 강수량 변화 예측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3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상승이 극단기후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미국 연구진들의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안토니 브로콜리 미국 럿거스 대학 기후과학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늘어난 수분 증발은 이는 강수량도 늘리지만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기후를 더 건조하게 만든다”며 “앞으로는 비가 내리지 않는 기간에는 더 건조한 가뭄도 함께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대기는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수증기 수용량이 7%씩 증가한다. 이 때문에 물이 더 많이 증발하면 대기에 모인 수분이 한 번에 쏟아져 집중호우가 될 수 있다.

이에 브로콜리 교수는 "뜨거운 기온 때문에 증발도 늘었다"며 "증발량과 수분 수용량 증가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더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깜짝 홍수(flash flood)’의 피해는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기온상승으로 대류폭풍이 강해지는 탓이다. 

대류폭풍은 주로 미국 중부 지방에서 발생한다. 뜨거운 기온 영향으로 한꺼번에 증발한 물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높은 고도에서 차가운 공기를 만나면 빠르게 액화돼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뜻한다.

럿거스 연구소의 분석처럼 올해 세계 각국에서 평년 이상으로 심각하고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그 결과 인도와 필리핀, 미국 등에서 홍수가 발생해 올해 8월까지 1700명이 넘는 사망자와 8백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집중호우가 쏟아져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침수와 산사태로 피해를 입었다.

브로콜리 교수는 “증발한 물이 어떤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까지 예측할 수는 없다”며 “현재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은 기온상승 예측에는 적합하지만 지역별 강수량 변화 예측에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은 대부분 1800년대 이후 기온 예측에 중점을 두고 있어 강수량 예측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과학계에서는 지역별 강수량 변화 추이 예측에 나무 나이테나 빙핵(남극 등에서 추출한 시기별 층 데이터가 누적된 얼음) 샘플 등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강수량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에 미국 콜롬비아 수자원 연구센터의 옵마누 럴 디렉터도 의견을 같이 했다.

럴 디렉터는 블룸버그를 통해 “강수량의 역사적 변화 추이는 변동성이 너무 커서 추적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기온상승에 따라 강수량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럴 디렉터가 2018년 제출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901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폭풍우와 강수량은 증가 추이를 보였다.

럴 디렉터는 “사람들을 모아 얘기해보면 지난 30년 동안 매년 내리는 비가 늘었다는 경험담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집중호우 현상을 불러오는 대류폭풍이 잦아져 깜짝홍수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