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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대표가 2015년 11월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쿠팡의 혁신과 변화’를 주제로 대규모 채용 및 로켓배송 투자 계획 등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소셜커머스업체로 출발한 쿠팡이 오픈마켓업체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누적된 적자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움직임인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15일부터 패션 카테고리에 등록된 ‘익스프레스 딜’ 상품 노출을 중단하고 ‘아이템마켓’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실상 오픈마켓 업체들과 일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표적인 오픈마켓 업체들로는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이 있다.
딜은 10일 안팎으로 기간을 정해 놓고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 소셜커머스업체의 대표적인 온라인쇼핑 모델이다. 쿠팡은 그동안 점진적으로 딜 서비스를 중단해 왔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패션 카테고리의 딜이 종료되면 쿠팡의 모든 딜 서비스는 사라지게 된다.
쿠팡은 소셜커머스를 포기하는 대신 오픈마켓의 일종인 아이템마켓을 확대한다.
아이템 마켓은 여러 판매자가 동일한 상품을 등록한다는 점에서 오픈마켓과 유사하지만 가장 좋은 판매 조건을 내세운 단 하나의 상품을 ‘아이템 위너’로 노출한다는 점에서 기존 오픈마켓과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판매자는 온라인몰에서 상위노출을 위해 광고비를 중개판매자에게 내지만 아이템마켓에서는 아이템 위너로 선정되기 위해 상품의 가격을 낮추고 품질은 높여야 한다.
쿠팡은 아이템마켓으로 법률상 ‘통신판매중개자’ 지위를 얻게 됐다. 상품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오픈마켓이 아닌 실제 판매자가 책임을 진다.
이와 달리 소셜커머스는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되는데 모든 판매단계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쿠팡은 기존 딜사업을 오픈마켓으로 전환하면서 책임의 범위도 줄이게 됐다. 그동안 딜 상품 구매고객을 위해 사후관리(A/S), 반품, 환불 등에 투자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셜커머스는 오픈마켓에 비해 인력이 2배 이상 필요하다”며 “쿠팡이 적자탈피를 위해 오픈마켓화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셜커머스는 소비자 편의 면에서는 분명히 좋은 구조이지만 적자 폭이 확대된다면 사업을 계속 하기 어렵다”며 “쿠팡은 적자를 내면서 딜을 줄여나갔는데 이때부터 오픈마켓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에서 오픈마켓으로 변화하면 상품을 구성하는 MD(머천다이저) 직군의 업무도 대폭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때문에 쿠팡이 인력감축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 쿠팡의 MD는 1천명 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존 오픈마켓의 MD 숫자는 200~300명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의 오픈마켓화는 장기적으로 인력감축과 로켓배송 축소의 신호탄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소셜커머스 판매방식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셜커머스는 2008년 미국 시카고에서 설립된 온라인 할인쿠폰업체 그루폰이 공동구매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만들어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정 기간 일정한 사람이 모이면 관련 제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방식인데 높은 할인율이 제공되는 것은 박리다매와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