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사 2분기 실적시즌의 좋은 시작을 알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을 시작으로 국내 증권사 2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됐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대체로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반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증권사별로 쌓은 충당금 규모에 따라 희비가 갈리면서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증권사들도 충당금이 최대 실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 KB증권을 시작으로 27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4곳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금융지주 계열사 4곳의 2분기 순이익 합계는 36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 늘면서 양호한 실적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NH투자증권은 시장의 기대를 가장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순이익 1827억 원, 영업이익 220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2분기보다 순이익이 52.6%, 영업이익이 43.0% 늘어난 것으로 시장 전망치를 30% 이상 웃돌았다.
KB증권도 시장의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KB증권은 2분기 순이익 1103억 원, 영업이익 1941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은 57.2%, 영업이익은 127.3% 늘었다.
신한투자증권도 선방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분기 순이익 1225억 원, 영업이익 1294억 원을 냈다.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0%, 영업이익이 30.8% 늘어나면서 은행이 주춤한 사이 그룹 실적을 이끌었다.
다만 하나증권은 2분기 적자로 돌아서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나증권은 2분기 순손실 487억 원, 영업손실을 329억 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도 346억 원으로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증시반등에 힘입은 리테일부문의 전반적 수익성 개선이 증권업계의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는 증권사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로 거래대금 증가는 증권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2천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17조2천억 원), 올해 1분기(17조6천억 원)와 비교해 늘어났다. 2차전지 열풍에 힘입어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주식 거래대금이 증가했다.
증권사별 실적 희비는 기업금융(IB)부문과 충당금 규모가 가른 것으로 나타났다.
충당금은 향후 예상되는 비용을 회계 상 손실로 미리 처리하는 것을 뜻하는데 비용으로 인식되면서 증권사의 수익을 떨어뜨린다.
애초 시장에서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불거지며 증권업계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는데 충당금을 적게 쌓은 증권사들은 예상 밖의 호실적을 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낸 NH투자증권의 경우 애초 시장의 우려보다 충당금을 적게 쌓으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과 관련해 “애초 충당금을 우려했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200억 원, 차익결제거래(CFD) 관련 100억 원 등 충당금이 크지 않았던 점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며 “NH투자증권의 리스크 관리가 빛을 발한 2분기였다”고 분석했다.
KB증권도 충당금 효과로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KB증권의 상반기 신용손실충당금은 21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55억 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2분기에는 신용손실충당금으로 130억 원을 쌓았다.
신한투자증권은 상반기 대손상각비로 302억 원을 인식했다. CFD 관련 충당금을 쌓으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66억 원보다 크게 늘어났지만 실적은 비교적 선방했다.
하나증권의 2분기 적자 전환에도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나증권은 올해 상반기 충당금 1051억 원을 쌓으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충당금을 적립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증권 실적을 두고 "CFD 충당금 518억 원, IB 투자자산 손상차손 430억 원, 사모펀드 고객 보상금 533억 원 등을 인식하며 48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8월에는 삼성증권, 다올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진다.
앞으로도 충당금 규모에 따라 증권사별로 변동성이 큰 실적시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FD, IB 투자자산 부문에서 주로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는 만큼 해당 부문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금리 방향성과 투자자산 부실화 위험 등으로 실적 가변성이 확대될 전망이다”며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형사 대비 IB부문의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사 이익창출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