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새 회계기준의 도입에 대비해 자본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2일 “삼성생명은 부채구조상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와 신지급여력(RBC)비율 도입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보장성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해외 장기채권도 적극 편입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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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국제회계기준 2단계과 신지급여력제도는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책임준비금을 계산할 때 보험계약 당시의 금리(원가) 대신 현재의 시장금리(시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령 현재 시장금리가 1%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금리가 10%면 보험사는 이전보다 9%포인트의 이자율 차이만큼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
삼성생명은 연 5% 이상인 고금리 확정이율 상품을 과거에 많이 판매했기 때문에 책임준비금으로 쓰일 자본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앞으로 필요한 자본 예상치만 20조 원에 이른다.
삼성생명은 이에 대비해 변액종신보험과 중저가 건강보험상품 위주로 삼성생명의 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있다.
보장성보험은 사망과 상해 등 생명과 관련된 보험상품으로 납입된 보험료보다 더 적은 보험금을 만기에 지급해 보험사의 자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변액보험상품은 보험료를 국제회계기준 2단계를 적용받는 일반계정 대신 특별계정에 쌓는다. 중저가 건강보험도 상품당 쌓아야 하는 책임준비금의 적립 규모가 작아 더 많은 마진을 낸다.
삼성생명은 상반기에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신계약가치 5620억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신계약 규모는 줄었지만 보험 포트폴리오의 변화로 마진율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삼성생명이 상반기에 새로 계약한 보장성보험의 연납화보험료(APE)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연납화보험료는 보험료 납입기간이 1개월이나 1분기인 상품을 모두 연간 기준으로 환산해 나타낸 수익지표다.
김도하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보장성보험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신계약가치도 늘어나고 있다”며 “보험 포트폴리오의 질적 향상이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지속하고 있어 생명보험업계를 선도하는 회사라는 신뢰도를 확인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치솟고 있는 점도 삼성생명에서 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32%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자산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수록 삼성생명의 순자산가치와 지급여력비율도 증가한다.
삼성생명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해 막대한 자본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16조 원 규모에 이른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유동화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에 더해 유휴자본 2조 원 이상을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72%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이슈를 바탕으로 삼성생명이 시장 평균보다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