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경쟁 키워드는 ‘인수합병(M&A)’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당장 올해 금융지주 3위 자리를 둔 순이익 싸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고금리 시대가 저물 것에 대비해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서둘러 강화할 필요가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된다.
▲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하나금융그룹>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다투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해 은행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대를 보인다.
반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각각 88%, 94.6%로 다른 두 금융지주와 비교해 크게 높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비은행 계열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치고 순이익 순위 1위를 차지했음에도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으로 전체 실적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3위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특히 KB금융지주가 KB손해보험,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카드 등 업계 상위권 비은행 계열사를 두고 있는 것과 달리 하나금융지주는 든든한 비은행 계열사가 없다.
우리금융지주는 보험과 증권 계열사가 아예 없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KB국민은행 등과 맞먹는 성적을 거둬도 4대 금융지주 실적 순위에서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비은행 부문 강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두 회장은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단번에 올리기 위해 인수합병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KDB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KDB생명이라는 매물을 놓고 마냥 긍정적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을 인수하면 보험 부문 자산 규모 확대에서는 효과를 볼 것으로 바라본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현재 추진하는 인수합병은 없다.
올해 함 회장과 임 회장의 인수합병 성과는 향후 두 금융지주의 실적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4대 금융지주 실적을 보면 비은행 부문 실적에 따라 금융지주의 순이익 규모도 달라진다.
1분기만 해도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곳의 순이익은 8천억 원에서 9천억 원대 사이로 4대 금융지주는 은행 부문 실적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하나은행이 1분기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는데도 전체 금융지주 순이익 규모는 KB금융지주(1조4976억 원), 신한금융지주(1조3880억 원), 하나금융지주(1조1022억 원), 우리금융지주(9113억 원) 순으로 컸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4조 원대 순이익을 거두는 등 ‘리딩금융’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금융지주 순이익 순위 3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 성과는 함 회장과 임 회장 개인에게도 중요하다. 두 회장이 입지를 다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3월24일 회장 취임식에서 우리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
함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해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의 압박에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 시대도 저무는 분위기지만 인수합병을 통해 비은행 강화 성과를 올린다면 재연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임 회장은 올해 3월 취임했는데 취임 때부터 따라붙은 ‘낙하산’, ‘관치’ 수식어를 잠재울 만한 ‘한 방’이 필요하다.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보험사 인수는 오랜 과제인 만큼 이 부문 성과를 낸다면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함 회장은 비은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 꾸준히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사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거듭 비은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새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취임사에서는 “비은행 사업부문 인수합병 및 그룹 내 계열사 사이 기업금융 협업을 강화해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3월 취임식에서 은행에 지나치게 편중된 우리금융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4월 실적발표 때는 직접 참석해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균형 있는 수익구조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