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일본에 제2 반도체공장 착공 시기를 내년 4월로 결정했다는 현지언론 보도가 나왔다.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신설하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에 이어 새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며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11일 일본 니칸코교신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TSMC는 내년 4월부터 구마모토 제2 반도체공장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건설하고 있는 제1 반도체공장에 이어 추가로 대규모 투자를 확정지은 셈이다.
2024년 가동을 앞두고 있는 TSMC의 첫번째 일본 공장은 28나노와 22나노 공정을 주력으로 활용한다. 16나노와 12나노 공정 도입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최대 21억2천만 달러(약 2조7천억 원)을 들이는 해당 공장은 소니와 덴소 등 일본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투자가 이뤄진다. 자연히 해당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TSMC가 두번째 공장 건설을 결정한 것은 현지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니칸코교신문에 따르면 제2 반도체공장의 투자 금액은 최소 70억 달러(약 9조 원)로 추산되며 우선 12나노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일본에 파운드리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면 7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을 도입할 가능성도 유력해 보인다. 앞으로 잠재적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반도체공장은 주로 현지 고객사들이 필요로 하는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주력으로 한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의 위탁생산을 맡기겠다는 계획도 두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 등 기술이 발전하면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첨단 미세공정의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TSMC의 신기술 도입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꼽힌다.
TSMC는 그동안 대만에 편중되어 있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여러 국가로 분산해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반도체공장 증설은 이런 계획을 실현하는 동시에 고객사 기반을 자동차용 반도체까지 효과적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파운드리 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모바일 반도체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자연히 인공지능과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일본에 첨단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도입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현지 고객사의 수요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제2공장의 가동 예정 시기가 2026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고사양 반도체 위탁생산을 필요로 하는 현지 고객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 TSMC의 첨단 파운드리 미세공정 안내 이미지. < TSMC > |
TSMC가 첨단 미세공정 생산라인 도입을 일본 정부의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에 협상카드로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첨단 공정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TSMC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 반도체공장 역시 처음에는 오래된 구형 공정만을 활용하려 했지만 최근 독일 정부의 지원 방안이 논의되며 미세공정 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 혼다와 같은 주요 완성차기업이 TSMC와 정식으로 협력을 맺고 반도체 공급을 약속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두 기업의 전략적 협약은 4월에 체결됐다.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흐름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지원 정책에 따른 결과다.
전기차는 전력 관리와 구동, 고성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연기관 차량보다 훨씬 많은 반도체를 활용한다. 자연히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TSMC가 유럽과 일본에서 차량용 반도체 고객사를 염두에 둔 대규모 시설 투자를 잇따라 추진하며 파운드리 수요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TSMC는 3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자동차 반도체 전용으로 최적화한 ‘N3AE’ 공정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파운드리 경쟁사가 미세공정 분야에서 추격을 가속화하자 차별화된 사업 전략으로 수요를 창출해 시장 점유율 및 실적을 방어하는 데 힘쓰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자동차 분야에서 구형 공정 반도체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TSMC가 첨단 미세공정 투자를 서두를 이유는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