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7-11 16: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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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국내 ETF(상장지수펀드)시장에서 올해 들어 주요 자산운용사 가운데 자산 규모를 가장 빠르게 늘리고 있다.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3년 임기가 끝나는데 최근 업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고 여겨지는 ETF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재연임 길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국내 ETF시장에서 자산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사진은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7일 기준 국내 ETF시장에서 3조340억 원 규모의 자산(AUM)을 운용하고 있다. 6월 말 처음 3조 원을 넘은 뒤 지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운용자산 규모가 1조8천억 원에서 그쳤다. 올해 들어 약 64% 증가한 것인데 같은 기간 시장 전체 성장률 28%를 훌쩍 뛰어 넘는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1조 원이 넘었던 주요 자산운용사 7개 가운데 올해 들어 7일까지 성장률이 60%를 넘는 곳은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유일하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운용자산이 빠르게 늘면서 국내 ETF시장 점유율 5위 자리도 굳건히했다.
국내 ETF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올해 4월 한 때 한화자산운용에 5위를 내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5천억 원 이상의 차이로 안정적으로 5위를 유지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다른 주요 자산운용사와 달리 은행과 보험사 같은 계열사가 없는 상황에서 성과를 낸 것도 의미 있는 점으로 꼽힌다.
은행이나 보험사를 보유한 자산운용사들은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ETF 사업 확장에 유리할 수 있다.
ETF 경쟁력 확대에 힘입어 김성훈 대표의 그룹 내 위상도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ETF사업이 올해 빠르게 성장한 데는 김 대표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국내 ETF시장에서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23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2개의 브랜드를 지니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기존 ‘코세프(KOSEF)’에 더해 액티브 전용 브랜드 ‘히어로즈’를 새로 론칭하며 패시브와 액티브 상품 브랜드의 차별성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ETF시장 100조 원 시대를 예상하고 ETF마케팅 조직을 대폭 확충했다. ETF마케팅팀을 ETF마케팅사업부로 격상하고 인원도 기존 3명에서 8명으로 2배 넘게 늘렸다.
올해 5월에는 프로야구단 키움히어로즈의 이정후 선수를 ETF 브랜드 캠페인 전속모델로 발탁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정후 선수 광고를 키움투자자산운용 공식 유튜브채널뿐 아니라 서울 강남역, 여의도역, 을지로입구역 등 주요 지하철 스크린도어, 고속터미널역 벽면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중교통 광고를 활용해 노출을 극대화했다.
▲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스크린도어에 노출된 키움투자자산운용 ETF 광고. <비즈니스포스트>
ETF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 확대는 김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한다.
김 대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에 30년 가량 몸담은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1966년생으로 1995년 동부증권(현재 DB금융투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키움증권 홀세일총괄로 발탁되며 14년 동안 일한 동부증권을 떠났고 2014년 키움증권이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해 키움투자자산운용을 출범할 때는 마케팅본부총괄을 맡아 자산운용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8년 1월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에 선임되며 50대 초반 CEO에 올랐고 2021년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해 올해로 대표에 오른 지 햇수로 6년째를 맞았다. ETF 상품을 운영하는 주요 자산운용사 가운데 최장수 CEO로 꼽힌다.
김 대표는 내년 3월 3년 임기가 끝난다는 점에서 올해 성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ETF사업 확대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2021년 연임에 성공할 때 대체투자와 해외투자사업을 확대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는데 당시 다음 과제로 ETF사업 확대 등이 꼽혔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002년 10월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최초 ETF인 ‘KOSEF 200’을 상장한 ETF 운용사로 중장기적으로 원조 ETF 운용사에 걸맞는 명성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한 시작점으로 2023년을 ETF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삼았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마케팅사업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에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국내 ETF시장에서 첫 상품을 출시했던 경험과 관록, 다양한 상품, 강화한 마케팅 역량 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시장 수요에 맞는 상품과 마케팅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더 좋은 상품을 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