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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드라마 '랑야방' 이미지. |
‘한류(韓流) 대 한풍(漢風).’
둘 다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한류는 세계화 바람을 타고 199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일컫는다. 한류가 메이드 인 코리아라면 한풍은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일고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 바람을 가리킨다.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한류에 찬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가 높다.반면 국내에서는 한풍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 주요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랑야방’이란 중국 소설이 20위권 안팎에 진입했다. 이 소설은 30대 중국 여성작가 하이옌이 쓴 무협 정치사극이다. 중국에서 원작소설이 출간된 뒤 지난해 54부작 드라마로 제작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 케이블방송 중화TV를 통해 소개돼 채널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국내에서도 때아닌 ‘중드’(중국 드라마) 바람을 몰고 왔다. 중국에 ‘태양의후예’가 있다면 한국엔 ‘랑야방’이 있는 셈이다.
랑야방의 인기는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고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소설 출간과 모바일 게임 출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랑야방 한국어판은 7월초 1권을 시작으로 3권짜리 묶음도서로 완간됐다. 출간을 앞두고 중국작가 작품으로 예약판매 1위에 오르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랑야방은 모바일게임 출시로도 이어졌다. 게임회사 와이드스톤은 7월25일 무협 웹게임으로 '랑야방'을 정식 출시했다. 이 게임은 지난해 6월 중국에서 먼저 출시돼 월 매출 90억여 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랑야방은 위진남북조 시대 양나라를 배경으로 역모에 집안이 몰살당한 주인공이 매장소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강호의 왕좌에 오른 뒤 친구인 정왕을 황제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복수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과거 무협소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랑야방 인기의 원동력이 중국 드라마에서 비롯됐으며 그만큼 중국 드라마의 질이 향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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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야방1:권력의 기록' 표지. |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드라마라고 하면 촌스러운 화면에 줄거리도 황당무개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랑야뱡을 보면 압도적인 스케일과 높은 수준이 한국드라마에 못지 않은 명품 사극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랑야방과 같은 중국 드라마가 나온 것은 최근 중국 콘텐츠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랑야방의 경우 회당 3억6천만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스타급 PD와 감독들 가운데도 중국 콘텐츠 제작에 영입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한류가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역풍을 맞고 있는 반면 랑야방과 같은 중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중문화 콘텐츠의 중심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중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드 배치 결정을 빌미로 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