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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은 지난 2월 열린 'MWC 2014'에서 타이젠 개발자 행사를 주관했다. <뉴시스> |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바일기기 운영체제(OS) ‘타이젠’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기 지연된 데 이어 타이젠 TV의 출시도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어플리케이션(앱) 부족과 구글과 협력관계 때문에 타이젠이 삼성의 ‘계륵’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다음 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 2015‘에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TV를 선보이겠고 21일 밝혔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 가전제품 시장에 다음 해 3월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애초 타이젠 TV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하려 했다. 그러나 TV용 앱 개발이 늦어지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태성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수석은 지난 달 11일 ‘스마트 TV 기술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타이젠이 탑재된 TV는 내년 초 출시될 것”이라고 출시연기를 내비쳤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타이젠 TV용 어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정식버전을 발표한다”며 “이런 일련의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3월에 정식출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계속 늦어지는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
삼성전자는 타이젠 스마트폰도 출시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1월 미국 인텔과 중국 화웨이 등 12개 회사와 공동으로 ‘타이젠 연합’을 만들어 개발에 들어갔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아직도 출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애초 지난 해 2월 열린 ‘MWC 2013’에서 타이젠 연합에 속한 프랑스 오랑주텔레콤과 일본 NTT도코모를 통해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공식으로 선보이려고 했다. 그러나 예정이 미뤄지면서 이 행사에서 타이젠 스마트폰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은 “삼성의 독자적 모바일 운영체제 바다는 타이젠에 흡수된다”며 “타이젠 운영체제 개발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일본 NTT도코모를 통해 타이젠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NTT도코모가 “일본시장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에 이어 타이젠까지 합친 세 가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감당할 만큼 크지 않다”며 출시를 연기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지난 달 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타이젠 개발자 회의’를 열어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Z’를 공개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바다를 이용한 중저가형 스마트폰 판매량이 많은데다 개발자 인건비가 낮아 타이젠용 앱을 많이 만들 것이라는 판단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최종적으로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예상과 달리 러시아 앱 개발자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에 출시할 만큼 타이젠 스마트폰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행사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 왜 타이젠 운영체제는 뒷전으로 밀리나
운영체제는 다양한 앱을 확보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MWC 2013에서 타이젠용 앱 4개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 후속 앱 개발이 늦어지면서 제대로 된 앱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다양한 앱을 확보하기에 지나치게 관리와 통제를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외부개발자에게 많은 정보를 줘야 그만큼 많은 앱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사 앱스토어 ‘삼성앱스’에 특정기술만을 사용해 만든 앱만 등록할 수 있다고 밝혀 개발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수직적이고 실패를 허용치 않는 기업문화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버텨내기 쉽지 않다”며 “국내외 개발자들은 타이젠 앱 개발 성과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관계도 타이젠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삼성은 지난 1월 구글과 10년 동안 양사 특허를 공동사용한다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구글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등 관련 기술을 계속 이용하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독자기술인 타이젠에 대한 지원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최근 판매를 시작한 새 웨어러블기기 ‘기어라이브’에 타이젠 대신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외신은 “삼성전자가 구글의 웨어러블 기기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웨어’를 사용해 구글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와 타이젠용 브랜드를 나눠 모바일시장을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영희 삼성전자 IM부문 부사장은 올해 2월 “안드로이드 제품군을 대표하는 브랜드 갤럭시처럼 타이젠을 대표하는 메가 브랜드를 정하기 위해 고민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구글과 협력하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계속 사용하면서 타이젠 육성전략이 상대적으로 미흡해졌다고 지적했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관계가 계속될수록 타이젠 운영체제 출시작업을 과감하게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