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오너를 향한 검찰수사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6천억 원 규모의 탈세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수사의 칼끝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거쳐 신동빈 회장을 조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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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왼쪽)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롯데그룹 정책본부 압수수색을 통해 신 총괄회장이 6천억 원대 탈세를 지시하고 정책본부가 증여 구조를 설계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서미경씨와 그의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넘겼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통해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에 최소 4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거래 시가가 아닌 주식 액면가로 주식을 서씨 등에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신 총괄회장은 이 과정에서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세금을 내지 않고 상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정책본부에서 거래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책본부 실무자 등을 불러 조사했는데 정책본부 관계자들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이런 일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신 총괄회장이 6천억 원대 탈세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신 총괄회장을 소환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94세)인데다 치매약을 복용하는 등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온전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도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본부 관계자들이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탈세가 이뤄졌다’고 검찰에 진술한 점도 책임의 소재를 신 총괄회장 쪽으로 돌리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수사가 과연 신동빈 회장의 비리혐의를 확보할 수 있을지 더욱 주목된다. 일각에서 검찰이 신 총괄회장의 탈세혐의를 수사하는 것도 결국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압박해 신동빈 회장의 비리혐의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두달이 다 돼 가지만 신동빈 회장의 비리혐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이사장이 오너일가 중 처음으로 구속되긴 했지만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것이었지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의혹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은 아니었다. 또 계열사 사장을 소환하기도 했지만 개별회사의 비리에 그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는 초기부터 오너일가를 겨냥한다는 말이 무성했지만 여기저기 찔러만 봤을 뿐 명확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자칫 용두사미로 끝난 포스코 수사의 전철을 되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는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에 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신 총괄회장에 대한 비리혐의로 정책본부를 압박해 신동빈 회장의 비리혐의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정책본부의 책임자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마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