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6-25 13: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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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진원생명과학과 자회사에서 2022년 총 100억 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은 박영근 대표이사가 부인 소유 법인을 통해 회사로부터 매년 2억 원 대의 임대료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진원생명과학은 박 대표가 이해관계자로서 부인 소유 법인과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 참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공시를 내놓기도 했다.
▲ 원생명과학이 2022년 자회사 포함 총 100억 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은 박영근(사진) 대표이사의 부인이 소유한 법인에 매해 2억 원 대의 임대료를 지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진원생명과학의 유상증자 관련 유가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8년 박영근 대표의 부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몽고메리 소재 법인 ‘535 Penn Investments, LLC.(535펜인베스트먼트)’와 건물 사용을 위한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매해 임대료를 지급해왔다.
계약 금액은 2019년 기준 연간 약 20만 달러(약 2억6천만 원)로 책정됐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535펜인베스트먼트가 진원생명과학으로부터 받은 임대료는 1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진원생명과학 측에서는 빌린 건물을 미국 글로벌 임상본부 운영을 위해 사용했으며 이런 임대 결정은 입지와 임대료 등 객관적 조건을 기반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진원생명과학은 글로벌 임상본부 근무자들의 주거지역에 따른 출퇴근 접근성을 고려해 사무실을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포트 워싱턴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런데 마침 535펜인베스트먼트가 소유한 건물이 포트 워싱턴 지역 내 고속도로 출입구에서 2~3분 거리에 위치해 편리성이 크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진원생명과학은 건물을 함께 빌린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그리 높은 임대료를 지급한 게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진원생명과학은 “해당 건물의 다른 임차기업 4곳의 2017년 1평방피트(sqft)당 월 임대료는 1.71~.1.92달러로 중간값은 1.75달러다”며 “당사가 계약한 금액을 월 임대료로 환산하면 1sqft당 1.79달러로 평균 범위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통상 기업이 필요한 건물을 빌려 사용하는 일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될 일이 없다. 다만 진원생명과학의 경우처럼 대표이사의 아내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에 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진원생명과학의 공시를 보면 535펜인베스트먼트와 이해관계가 있는 박 대표가 임대 계약 결정에 참여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 진원생명과학과 535펜인베스트먼트 임대계약 관련 공시. 2023년 6월8일 진원생명과학 유가증권신고서(위쪽 파란 글씨 부분)에서는 박영근 대표이사가 2018년 9월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갖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2018년 사업보고서(아래 표)에서는 박 대표가 해당 안건에 찬성했다고는 내용이 들었다. < 진원생명과학 공시 갈무리 >
가장 최근 공시인 6월8일 유가증권신고서에서는 당시 이사회가 박 대표에게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진원생명과학은 “해당 임대 관련해 이사회는 2018년 9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외지점(VGXI USA) 임상연구소 설치 운영의 건을 승인하는 결의를 했다”며 “해당 의안은 임대인이 상법 제398조(이사 등과 회사간의 거래) 4호에 해당하는 법인이므로 의장인 박영근 대표이사는 의결권이 없음을 설명하고 이사 상호간에 충분한 토의를 가진 후 의결권이 있는 출석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증권신고서에 적었다.
그러나 정작 진원생명과학 2018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박 대표를 포함한 이사 4명이 모두 해당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8년 사업보고서나 최근 증권신고서 둘 중 하나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부인 소유 회사인 535인베스트먼트로부터 얻는 임대료뿐 아니라 진원생명과학에서 매해 막대한 보수를 수령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진원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VGXI에서 각각 56억 원, 38억 원을 받아 총 94억 원을 챙겼다. 진원생명과학이 여러 해 동안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100억 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대표이사가 가져간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진원생명과학 주주들 사이에서는 박 대표의 보수 수준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원생명과학은 VGXI 시설자금과 급여, 연구개발비용 등을 조달한다는 사유로 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