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이상기후로 삼성전자의 해외공장들이 전력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향후 반도체사업 경쟁력에서 '전력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해외공장들이 글로벌 이상 기후로 올 여름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라인은 특성상 멈추면 재가동을 하는 데 오래 걸리는 만큼 삼성전자는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전력이 반도체산업에서 중요하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전력 확보는 대만 TSMC와 경쟁에서도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북부 일부 지역에서 전기가 끊기는 등 전력난이 발생하면서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전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 북부의 수도 하노이시에서는 여름철을 맞아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전력 공급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곳곳에서 정전이 속출하고 있다. 베트남은 전력의 상당부분을 수력발전에 의지하고 있는데 가뭄으로 인해 가동이 일시중단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웬성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베트남의 전력비상 상황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전체 전력 생산량 절반을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현재 저수지 저수량은 평균 50%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북부 지방은 47개 대형 수력 저수지 가운데 17개가 거의 물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다.
반도체 제조에는 스마트폰보다 더 많은 전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도 최근 일찍부터 찾아온 폭염으로 전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텍사스주의 전력 예비율이 16일 기준 5.3%까지 하락했을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텍사스주 적정 전력 예비율인 13.75%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력예비율은 사용하고 있는 전기와 비교한 여유분을 말한다.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은 2021년 2월 미국에 몰아친 한파와 대규모 폭설에 따른 정전으로 가동이 멈춘 적이 있다. 당시 오스틴 공장이 재가동을 하는 데는 6주가 걸렸는데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 규모는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와 같은 전력공급 차질이 발생한다면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셈이다.
▲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삼성전자> |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는 파운드리 경쟁력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올해 여름 전력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만의 전체 전력 생산 증가량이 최근 미미했던 반면 TSMC와 같은 대만 기업들의 산업전력 수요는 급증했다.
TSMC는 현재 대만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있는데 대만 전체 전력소비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TSMC가 최근 도입한 3나노 공정에서 사용하는 EUV(극자외선) 장비는 기존 DUV(심자외선) 장비보다 전력을 10배 이상 사용한다.
대만 남부지역은 2022년에도 에너지 발전소에 장애가 발생해 타이베이, 신주, 신베이 등 대만 수도권을 포함한 곳곳에서 갑자기 전기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TSMC 주력 공장이 집중된 산업단지 신주과학원에도 잠깐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생산량의 50% 이상이 집중된 대만에서 만약 올해 전력난이 발생해 비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등한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TSMC 대안으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는 이미 TSMC의 가격인상 정책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신규 대형 고객을 확보하려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스는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중장기적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력 시장이 있는 국가가 향후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있어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