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결의된 자연복원법안과 관련해 유럽연합 내에서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생태계복원의 일환으로 수분유도곤충인 꿀벌과 나비의 개체수 복원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사진은 들판에서 꿀을 수집하고 있는 꿀벌. < Pixabay >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유럽연합(EU) 환경장관회의에서 유럽대륙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자연복원법안’이 결의된 가운데 이 법안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유럽연합 내부 지적이 나왔다. 실행에 옮길 구체적 자금조달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연합 환경위원회의 비르기니유스 신케비추스 환경위원은 20일 자연복원법안을 놓고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발언했다.
신케비추스 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생태계 복구 노력을 지지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럽연합은 정책을 집행할 예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연복원법안은 유럽전역 생물 서식지를 복원해 생물다양성을 회복한다는 목표로 세워진 ‘2030 유럽연합 생물다양성 전략’의 핵심이다.
이 법안이 유럽의회에서 통과되면 유럽연합 회원국은 2030년까지 생물서식지를 자국 영토 면적 기준 20%까지 복구해야 할 의무를 진다.
예를 들어 해양에서는 수초지대를 조성하고 숲이나 습지 같은 지역에는 나무를 심어 서식지를 복원해야 한다. 특히 생태계 조성에 중요한 수분유도곤충인 벌과 나비의 개체수를 복원하는 것이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법안이 적용되면 2년 이내로 유럽위원회에 자국 생태계 복원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또 매년 유럽위원회로부터 감사를 받아 유럽의회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번 환경장관회의에 참가한 27개국 가운데 20개국이 자연복원법안에 찬성해 결의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의장국 스웨덴을 포함한 7개국이 기권과 반대를 던졌다. 유럽의회에 법안이 발의되려면 15개국 이상, 인구 비중 6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자연복원법안은 유럽환경위원회 최종투표 절차를 밟고 있고 투표가 끝나면 유럽의회에 발의돼 법안 제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
신케비추스 환경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법안이 몇 개월 넘도록 논의를 거쳤음에도 법안 추진에 사용할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예산이 부족한데 이번 법안이 구체적 자금조달 계획이 없어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이번 법안에 반대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 환경부 장관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탱도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규제 추진에 할당될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선결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회원국들의 여론에 따라 2040년 이후 목표는 일정 부분 타협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제안됐던 자연복원법 초안은 회원국이 2040년까지 생물서식지를 국토 면적 기준 60%, 2050년까지는 90%까지 복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조정안은 달라졌다. 유럽 비정부단체들이 공동 운영하는 환경플랫폼 ARC2020에 따르면 다음 열린 환경위원회 투표에 올라갈 법안은 생태계복원 면적 관련 규정이 2040년 40%로 2050년 50%까지로 하향 조정됐다.
ARC2020는 환경장관회의에서 지나치게 높은 목표치가 오히려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는 주장이 나오며 하향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행절차상 유럽의회에 자연복원법안이 발의되는 것은 여름휴가철이 끝난 가을경일 것으로 예상됐다.
프란츠 팀머만스 유럽위원회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우리가 (환경정책에 있어서) 신뢰를 얻으려면 우리 지역 내에서 먼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유럽연합 고위관료들이 제기한 우려에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유엔 회원국들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를 열고 2030년까지 지구 면적의 30%를 생물다양성을 위해 보존하자는 30X30 목표에 합의한 적이 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