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새로운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금융사 CEO(최고경영자)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
CEO는 이번 방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책무구조도’를 만드는 동시에 총괄 책임자로서 각 임원의 내부통제 활동을 감독해야 하는 관리의무를 새롭게 안게 됐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
22일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과 관련해 정책의 핵심이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스스로 임원들의 내부통제 책임영역을 사전에 정한 문서다. 향후 금융사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바탕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책무구조도는 각 금융사 CEO가 만든다. 금융당국은 각 금융사 CEO가 책무구조도를 ‘중복 및 빈틈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무구조도는 기존 내부통제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이 결정됐다.
기존 내부통제제도에서는 기준을 위반한 임직원이 '책임자임을 몰랐다'며 책임을 부인할 때가 많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도입이 결정된 만큼 모든 책무가 빠짐 없이 꼼꼼히 작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CEO는 책무구조도를 처음 작성하는 만큼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CEO가 책무의 중복, 공백, 누락 등의 작성 미흡과 실제 권한 행사자와 책무구조도상 임원의 불일치 등 거짓작성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도록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각 임원들이 담당하는 사업과 업무는 명확하지만 내부통제 영역으로 들어가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내부통제 책임 소재를 나누는 것은 현재 있는 개념이 아니다보니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CEO는 책무구조도 작성과 별개로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관리의무도 새롭게 부여 받았다.
기존에는 내부통제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의무만 있었는데 이번 제도 개선으로 이를 총괄하는 관리의무가 새로 추가된 것이다.
CEO는 이에 따라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장기간 반복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의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사회 의장이 책무구조도에 포함되고 이사회의 내부통제 책임이 커진 점도 CEO의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사외이사 의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사회의 내부통제 책임이 커진 만큼 주요 안건과 사업 내용을 더욱 꼼꼼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더욱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번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CEO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은 결국 최고경영진의 의지와 리더십이다”며 “이번 제도개선의 취지를 감안해 정직한 영업을 향한 최고경영진의 의지를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진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CEO의 내부통제 책임 부담이 커진 만큼 이번 제도개선 방안이 금융당국의 CEO 제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제도개선이 임원 제재보다 임원 스스로 내부통제에 충실하게 하려고 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제도 시행 초기에는 막연한 불안과 우려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새로운 제도 도입 및 준수에 따른 금융회사들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범사례 전파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